갤러리밈
2017년 8월 1일 ~ 2017년 8월 29일
작가노트
한글의 선들로부터 받은 영감에 근간을 두고 있는 나의 작업은 크게 추상화된 한글 패턴 작업과 스트링 설치작업으로 나눌 수 있다.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요소를 지닌 한글은 디자인, 순수조형 소재로서 강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글이라는 모국어에 의해 규정된 선들을 따라 공간을 해부하며, ‘선’이라는 기하학적 개념을 소재로 이미지와 건축적 공간을 접목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나의 설치작업은 주로 공간에서 얻는 영감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은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공간에 대한 개념과 그 공간에 기하학적 요소(예를 들어 선)가 개입됨으로써 파생되는 시각적, 청각적, 혹은 공감각적 효과에 대한 체계적 연구로 이어진다. 나의 작업은 무의 공간 안에서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상하고, 그것을 공간 안에 구현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공간 안에서 교차되고 중첩되는 선들은 이미지에 부피감, 중력감, 밀도감, 그리고 움직임을 부여한다. 그 선들은 또한 수많은 면들을 만들어내고, 가상의 차원들을 창조해내며 보는 이들의 시각을 현혹한다.
선을 잇는다. 선을 긋는다. 선을 공간에 건다.
설치작업과 병행하여, 최근에는 공간에서 느낀 영감들을 평면으로 끌어와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설치, 평면, 입체 등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작업은 기본적으로 기하학적인 조형언어인 ‘선’과 연결되어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형태의 기본은 직선이다. 나는 공간 안에 숨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상상하고, 그 공간으로부터 받은 영감과 이미지를 단순화시켜 수직선, 수평선으로 이루어진 이미지를 구현한다. 그 과정에서 얻은 시각적인 추론을 설치나 드로잉, 꼴라쥬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그 안에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수학적 원리를 적용한다. 그러한 선들에 의해 공간이 분할되고, 각각의 공간은 독립된 개별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구축해나간다.
점에서 점을 향해 가는 선들은 시간적, 공간적 이동을 상징하며, 어떤 지점에서는 방향을 틀어 과거나 미래를 향해 가기도 한다. 여행을 하면서 거치는 장소들을 ‘점’으로, 또 그 사이의 이동 경로를 ‘선’으로 표현할 수 있듯이, 나에게 ‘ 선’은 정적인 ‘점’이나 ‘면’과는 다르게 ‘움직임’과 ‘흐름’을 표현하는 활동적인 기호로 다가온다. 각각의 점들은 개인을 상징하며, 그 사이 연결된 선들은 관계와 소통을 상징한다. 느슨하거나 팽팽한 긴장감이 존재하며, 때로는 그 긴장감을 주체하지 못해 끊어지기도 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관계성을 대변한다.
공간 안에서 반복되는 스트링 설치작업을 하는 동안, 한 손으로 실의 텐션을 유지한 채, 수백번 수천번 같은 공간을 오가며 공간을 거니는 그 시간들이 나에게는 수행과도 같은 명상의 시간들이었다. 긴장감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행위로부터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한 수행의 감정을 평면으로 가져와,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행위로 ‘면’을 이루어가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Meditation> 드로잉 연작이다. 하나하나의 선 긋기로 채워져나가는 면은 ‘채움’이자 동시에 ‘비움’이다. 공간을 채워나감에 따라 마음과 정신은 반대로 깨끗이 비워져가는 행위인 것이다.
기하학적 질서를 강조했던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처럼, 작업과정에서 나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비율을 적용하여 기하학적인 패턴이나 선들의 조합과 배열로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나의 작업에서 ‘선’들은 의미부여의 규칙이 적용되는 나만의 코드(code)가 되어 공간과 평면을 넘나든다.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요소인 ‘선’이 만들어내는 관념적인 아름다움을 새로운 시각에서 독창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다.
작가소개
강은혜 Eun Hye Kang
한국과 뉴욕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설치작가 강은혜는 미국 메릴랜드 예술대학교 (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에서 BFA,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Cranbrook Academy of Art)에서 MFA를 취득하였다. 작가는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선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건축적 공간의 독자적 재해석을 시도한다. 그녀는 무채색의 선으로 공간을 분해하고 공간 안에 음의 부피와 밀도를 표현하며, 나눔과 비율의 개념을 가지고 추상적인 형태와 윤곽을 공간 안에 적용한다.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대학원 재학 중 필라델피아 소재의 더 패브릭 워크샵 앤드 뮤지엄 (The Fabric Workshop and Museum)에서 인턴쉽을 마쳤으며, 졸업 후 브루클린 아트 스페이스(Brooklyn Art Space, 뉴욕),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Vermont Studio Center, 버몬트)에서 레지던시를 했다. 이후,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설치작가로 활동하며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14년 한글날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글문화큰잔치에 전시작가로 선정되어 광화문 광장 내에 한글을 이용한 대규모 패턴설치작업을 하였으며, 2015년에는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GIAF) 야외미술제 <ART & PLAY> 설치작가로 참여하여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섬유미술전공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프랑스 대사관 한국문화원 정기전시 공모 <2015-2016년 주목할 만한 작가>에 선정되어, 2016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인전을 하였고, 5월에는 <2016주스페인 한국문화원 전시공모>에 선정되어 문화원 내 갤러리에서 스페인 작가와 함께 한-서 교류 2인전을 개최하였다. 또한, 최근 서울 광화문에 오픈한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작품 6점이 영구소장 전시되어있다. 현재 <영은창작스튜디오 장기입주작가(2년)>로 선정되어, 2016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입주하여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가오는 2017년 10월 <주워싱턴DC 한국문화원 전시공모>에 선정되어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출처 :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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