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봄
2015년 8월 7일 ~ 2015년 8월 28일

가장 빠른 길로 가는 인간
“우린 망했어”라는 농담이 마냥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2015년,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시대의 인간들에게는, 두말할 것 없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삶을 운영하고자 하는 매커니즘이 탑재되어 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많은 것을 가질 수 없는 시대일뿐더러, 애초에 우리들이 가진 것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거창한 ‘삶’이라는 단어가 아닌 아주 촘촘한 일상에서 드러나고 반영되어진다. 가령 어떤 목적지를 가고자 할 때 누구나 가장 빠른 경로를 선택하는 것처럼. 그런데 이렇게 바쁘고 벅찬 2015년에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인간이 있다. 울고 싶다면 그저 울면 될 것을, 무거운 생수통을 짊어지고 걷는, 이 인간에게는 몇 개의 부사가 제법 어울린다. : 왜? 굳이? 하필? 어째서?
세 개의 조각과 일곱 가지의 행동
강재원은 크게 일곱 가지 행위를 하기 위한 세 개의 조각을 준비했다. 각 조각은 마치 도구처럼 특정한 행동을 행위하기 위해 설계되었고 적지 않은 노동을 통해 완성되었다. 조각이 기능하며 완수하는 행위들은 울기, 샤워하기, 동전 던지기, 키스하기 등 쉽게 개연성을 찾아볼 수 없도록 구성되어 있다.
본디 ‘행위’란 분명한 목적이나 동기를 가지고 행해지는 것이다. 나아가 특정 행위를 위해 고의적으로 만들어낸 도구라고 한다면, 도구의 형태와 구조, 재질, 작은 디테일에까지 만든 이의 생각과 의도가 담겨있을테다. 그러나 강재원의 조각은 특정한 목적의 달성만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무겁고 복잡하며, 무엇보다 느리고 불편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는 ‘왜, 굳이, 하필, 어째서’ 이 조각들을 수고롭게 만들고 심지어 공간 위에 펼쳐놓았을까?
그는 세 개의 조각-각각의 덩어리를 구성하는 작은 단위의 이미지들을 일련의 힌트로 제시한다. 세 개의 조각과 일곱 가지의 행동은 ‘전시’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하나로 묶인다. 작가는 마치 게임마스터GM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만들고, 1인칭 플레이어로 분해 본인이 설정해 놓은 미션을 묵묵히 수행한다. 이러한 작가의 행위가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다만, 그 앞에서 우리는 각각의 조각이 품고 있는 기능을 단서 삼아 이 알 수 없는 문제를 끝까지 풀 것인지의 선택지를 마주할 것이다. 조각을 눈으로 훑으며, 조각들 사이를 걸으며, 주머니 속의 짤랑거리는 동전들을 던지며.
제자리에서 구르는 돌
수고롭게 만들어진 조각들과 그것들이 자의적으로 배치된 전시장에서 작가의 움직임을 상상해보기를 제안한다. 부지런히 조각을 설계하고, 만들고, 다시 조각의 시연을 위해 전시장을 방문하는 작가의 행위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비록 비효율적인 방식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기어이 목적한 행위를 달성하고야 마는, 조각들은 무수히 많은 물음표를 부유시킨다.
새삼스럽게 전시의 제목-‘최선을 다하자’를 환기한다. 너무 솔직해서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이 말은 작가의 본가에 걸려있었던 낡은 현판 속의 문구라고 한다. "우린 망했다"는 농담이 웃픈 방어기제로 난무하는 오늘날, "최선을 다하자"는 말은 이상한 쾌감을 준다. 이 묘한 문장 아래 선행된 작가의 작업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번거로운 미션을 요구하지만, 그 답례로 어떤 보상도 약속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글은, 과연 당신이 이 전시장에서 최선을 다해줄 수 있는지 묻는다.
Sculpture 1 - 최선을 다하자
매끈한 원과 단단한 네모 / 흐르는 물과 고인물 / 정박된 배와 사선의 노 / 하얀 수건과 검은 땀 / 묶인 손과 흘림체 / 몇 개의 동전과 몇 자의 메모 / 거대한 오리와 나
Sculpture 2 - 낭만을 위한 장치
정적 속의 기계음 / 정지된 얼굴 / 부지런한 손목 / 닿음과 멀어짐 / 반복, 반복, 반복
Sculpture 3 - 아, 울고싶다
독백과 외침 / 교차된 두 팔 / 은색의 직선과 투명한 덩어리 / 18.9리터의 눈물 / 끝내, 도착지가 다른 두 개의 통로
Video 1 - 오프닝 특공대
#1D18F5, #00FF54 / 규칙적인 카운트 / 다섯 장의 티셔츠, 열 두 병의 와인 / 무장된 헐벗음 / 단련된 열 개의 심장
글 ; 이미정 / 편집 ; 윤율리
http://cmbomm.squarespace.com/batontouch2nd
https://twitter.com/batontouch_bomm/
출처 - 바톤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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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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