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2015년 4월 25일 ~ 2015년 5월 31일
게이곤조 Gay Gonjo
2014년에서 2015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아주 추운 날, 게이곤조는 직접 만든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넜다. 그동안 가만히 노래를 부르거나 글을 쓰거나 독백의 대사를 읊을 때에만 존재하던 게이곤조는 이 날 끙끙 신음소리를 내며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노를 저어 강을 건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날 그는 죽을 수도 있었다. 날이 너무 추웠기에 뗏목이 기울어 물에 빠졌더라면, 구조한다 해도 저체온증으로 위험했으리란 것이다.
게이곤조는 박준영이 연기하는 가상의 작가 레프킨 곤조(Repkin Gonjo, 1954~1984)이다. 체코 태생으로 우울하고 불행한 인생을 살다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로 설정된 게이곤조는 그동안 픽션의 세계 안에서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병을 앓다가 죽음을 선택하기 전 마지막 흔적으로, 게이곤조의 공연을 본 관객이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박준영과 게이곤조의 독백이 뒤섞이고, 실제로 죽은 사람을 향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도들이 반복되었다. 그 와중에 작가 박준영은 사람들이 모여 살던 땅 그 자체가 폭파되어 버린 밤섬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집성촌이 있었던 밤섬은 1960년대 서울의 근대화정책에 의해 폭파되었다. 하지만 강제로 이주하게 된 밤섬사람들은 무력한 피해자로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부에 항의하고 자신들의 공동체를 유지하며 지금까지 서울에 살고 있었다.
박준영은 실패한 서사의 응어리를 안고, 한강을 건너 실재하고 있는 그 밤섬에 닿고자 했다. PVC봉과 각목, 플라스틱물탱크로 뗏목을 만들어 밤섬에 다녀와, <아라네스프의 시간>을 만들었다. 현실에 삼투되는 픽션을 빌어서, 다시 게이곤조를 찾아온 관객들과 함께 죽은 이를 위로하고자 한 것이다.
<아라네스프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본래 그 뗏목을 전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강대교 아래에 보관되어 있던 뗏목은 봄비가 많이 내리던 날 불어난 물을 타고 거짓말처럼 한강으로 흘러가버렸다. <도강渡江>은 박준영과 게이곤조가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넌 이야기에 대한 흔적이다.
글: 권순우
츨처 - 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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