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퍼플
2017년 5월 12일 ~ 2017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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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Instant Line 시리즈는 하나의 선긋기에서 시작해, 선택적 창조와 소멸을 거친 선들이 화면을 채운다.
작품 속의 유동적이고 자유로워 보이는 선들은 얇은 면과 색의 층으로 드러나는데, 공간감과 리듬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작가에 의하면 작품 속 드러나있는 선들은 엄격하고, 정확하고, 기계적이라고 한다. 이것은 작가의 기존 작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데, 평면화된 지도의 많은 길과 공간들을 그래픽화하고 이미지를 변형하고 버리는 과정을 통해 마지막으로 작가의 예술적 심미에 의해 선택되어진 선과 면이 캔버스에 화려한 색의 레이어들을 쌓아올려 작품을 완성한다. 하나의 선과 면을 선택하기 위해 길게는 1년 남짓의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작업방식을 취하는 경현수 작가에게는 하나의 선도 그냥 그려지지 않는다.
화면을 가득 채운 바탕색들은 넓은 범위의 스팩트럼을 담고 있는 색들로, 단순히 선을 드러내기 위한 배경이 아닌 무한한 공간으로써 바탕을 이룬다. 하나의 선을 긋기위한 과정의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Instant line 시리즈와 더불어 Instant Mass 시리즈도 눈에 띄는데, 작가가 무의식적인 손의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진 덩어리들로 다양한 몸짓과 표정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클레이를 이용해 만든 이 임시적인 덩어리들은 예술가의 유희에 의해 탄생된 것으로 작가가 의미부여를 하기보다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여러가지의 모습으로 읽혀지기를 바란다. 기존의 매우 예리하고 날카로운 형태의 조형물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Instant Line & Mass 시리즈와 더불어 기존의 다채로운 색과 면들로 구성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경현수 작가 특유의 세련된 예술적 감각을 보여준다.
-Instant line
사각틀 속에 내재된 형상 드러내기
-debris 시리즈가 정해진 계획대로 사각틀을 채워 간다면, instant line 시리즈는 하나의 선 긋기에서 시작되며, 선과 선의 충돌이 만들어 내는 선택적 소멸과 새로운 선의 방향성이 작가의 상상력에 이끌려 바탕색을 채워 간다.
-바탕색
바탕색을 선택하고 칠하는 것은 하나의 형상을 찾아가는 첫 번째 행위다. 바탕색은 주로 흰색 또는 검정색을 주로 사용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흰색은 흰색이 아니고 검정색은 검정색이 아니다. 흰색에 채도 높은 노랑 혹은 파랑, 빨강색을 아주 소량 섞어 채도 높은 흰색을 만든다. 흰색이 채도가 높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내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검정색 또한 많은 양의 짙은 파란색, 보라색, 녹색등을 포함한 검정색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블랙과 다르다. 이 색은 검정색 보다는 새벽이 오기 전 하늘색(색의 스팩트럼을 간직하고 있는 가장 어두운 하늘색), 무한한 공간감을 품고 있는 검정색이다.
-첫 번째 선 그리기
바탕색이 칠해진 캔버스에 첫 번째 라인을 그리는 일은 언제나 많은 생각과 시간, 시행착오를 필요로 한다. 생각의 구체적인 방향성이나 실체는 없다.
캔버스 크기, 바탕색, 붓질흔적, 들려오는 음악소리, 주변의 작은 변화들이 첫 번째 라인에 방향성을 부여한다.
드디어 첫 번째 라인을 그렸다.
이 첫 번째 라인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평론에서 말한 "내던짐"이다.
"내던짐이란 최초의 결정과 최후의 우유부단함이 동시에 담겨진 행위다."
-선
나의 선은 엄격하고 정확하며 기계적이다.
사이 톰블리의 서툰 글씨와 불안정한 선이 연필의 본질을 드러낸다면, 나의 치밀하고 기계적인 선들은 절단된 라인테이프의 선,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선이 아닌 테이프의 좁은 면의 특징을 드러내는지 모르겠다.
- 2017. 경현수 -
출처 : 갤러리 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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