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17년 5월 10일 ~ 2017년 5월 16일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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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모던적 자아의 깊이를 찾아서 Finding Depth in Postmodern Self
곽윤수 개인전_ 누구나…그 길목에 서있다.
Soo Kwack Solo Exhibition_You Were Once There Too.
포스트 모던적인 자아의 실체없는 이미지는 포스트 모던적 자아의 실체이다.
누군가 저 앞에 웅크리고 있다. 어디서 본듯하지만, 결코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 나도 아니다. 얼굴을 자세히 보고 싶지만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그 모습에 나를 드리워보고, 튕겨져 나오고, 또 그렇게 이야기를 건넨다.
곽윤수 작가의 개인전 <누구나…그 길목에 서있다>는 끊임없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그 이미지들과의 소통과 단절을 경험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고찰을 그려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은 공간적으로 구성된 수많은 몸의 이미지들을 마주한다. 이 몸은 사회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규정된 몸이 아닌, 그저 몸이다. 한마디로 정체성이 모호하다. 여성의 몸이지만 딱히 여성성이 부각된 몸도 아니며, 이 피사체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주체성 마저 잃은 듯하다. 현대 미술사에서 피사체의 주체성을 드러내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수동적인 몸이다. 감정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단지 우리는 피사체들의 몸짓과 여러 번 중첩적으로 칠해져 독특한 채도를 만들어내는 색채에 우리의 감정을 투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케네스 거겐Kenneth J. Gergen은 우리의 포스트모던적 문화가 감정적 무뎌짐, 혹은 깊이의 상실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자아의 개념은 미디어를 통해 흡수된 이미지에 의해 잠식되고, 자아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언어들의 증식이 우리의 주체성을 계속해서 지워나갈 뿐이다. 곽윤수 작가는 의미, 혹은 정체성을 상실한 몸의 이미지들로 관객을 에워싼다. 마치 이는 우리가 이 미디어 환경에서 불특정 다수의 이미지에 소비되어 표면적인 자아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꼬집어 낸 듯이 보인다. 하지만 곽윤수 작가는 거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작가는 더 나아가, 그 이미지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사색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다시 말해 그 누구도 아니지만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몸의 이미지들로 관람객의 신체를 에워싸는 이 공간적 전시는 현대 미디어 경험에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혹은 바쁜 일상 속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깊이Depth”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깊이의 공간은 단순히 가로와 세로가 만나는 제3의 시각적 공간성이 아니라,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복수의 타자가 한 공간에 위치하도록하여 서로의 정체성을 생성하는 선제적인 공간적 매개체primordial spatial medium이다. 세계가 가진 깊이라는 공간성 덕분에 신체는 세계 안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신체의 깊이가 세계의 깊이와 만날 때, 나와 세계, 그리고 나와 타자에 관한 관계적 지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깊이는 자아와 타자를 함께 위치시켜 동일화identification와 개체화individuation를매개하는공간성이고, 곽윤수 작가는 이러한 깊이의 공간을 이미지의 공간적 구성을 통해 창조한다. 이 공간 안에 위치한 관람자의 신체는 사유와 반영을 통해, 이미지와 시각적이자 촉각적으로 대화한다. 관객들이 회화들과 갖는 현상학적 관계 맺음이 작품 자체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작품의 피사체들이 가진 모호성이 깊이의 경험을 확장시킨다. 어떤 특정한 신체의 상이 아닌 모호한 몸의 이미지는 관객의 심리적 개입을 적극적으로 불러낸다. 수많은 덧칠로 색은 누그러져있고, 어느 하나 분명한 것이 없다. 바로 완벽하지 않음의 이 틈새를 통해, 관객들은 각기 다른 감정을, 그리고 기억을 피사체에 투영시킨다. 메를로퐁티는 깊이라는 공간성에 대해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이며, 모든 공간이 될 수 있으면서 그렇기에 특정한 어떤 곳도 아닌, 상대적인 공간 속의 절대적인 공간이라고 말한다.곽윤수 작가는 모호성을 입힌 몸으로 관객들을 감싸 안음으로써, 깊이의 공간을 열어준다. 다수의 휘발적인 이미지에 둘러싸여 일상을 지나치던 포스트모던적 자아는 이 전시에서 자아도 아닌, 타자도 아닌, 하지만 한 번쯤 내 모습이었던 그 이미지와 ‘함께 있음’으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충분한 시공간을 제공받고, 그 안에서 나의 깊이를 발견한다.
아마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말하고 싶은 듯 하다. 누구나 분리되고 흩어진, 때로는 알 수 없는 수많은 분절된 이미지의 자아와 마주한다. 그 안에서 방황하고 갈 곳을 잃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를 사유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면, 아마 포스트모던적 자아는 단지 실체 없는 이미지에 휘둘려 살아가는 수동적인 관람자rubberneck (badaud)가아니라, 다수의 분절적인 자아, 혹은 타자의 이미지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한 개인flâneur의모습일것이라고말이다. 이미지는 깊이가 없지만, 그것을 소비하는 포스트모던적 자아의 깊이는 단지 잠시 잊혔을 뿐이다. 곽윤수 작가의 전시 <누구나…그 길목에 서있다>는 그 깊이를 사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 최정은 (Jung E. Choi, Ph.D.) Research Scholar Art, Art History & Visual Studies Duke University, USA
출처 :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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