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밈
2021년 7월 21일 ~ 2021년 8월 15일
이번 작업은 시각에 의존해 대상을 판단하는 것과 모든 것을 압축된 언어로 치환해 개념을 정해버리는 것에 연민을 느껴서 시작되었다. 언어화될 수 없는 지점은 개념화되지 못해 눈에 읽히는 정보가 되지 못한다. 시각과 언어는 매우 강력한 감각이고 신뢰를 가졌지만 모든 것을 납작한 종이의 한 면으로 보게 만든다는 의심이 들었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들이 숨을 내뿜고, 진동하고 변화하며 그림자를 드리우는 입체적인 존재임을 망각하게 만든다. 최근에 본 다큐멘터리 필름*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구절이 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보기를 갈망한다. Seeing is believing. We long to see things.” 이 구절은 마치 시각이 우리의 사고 과정 중 증명을 담당하는 것 같았다. 다른 어떤 감각으로 체험하고 논리로 입증하더라도 시각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이상 실재하지 못한다. 어떤 현상이 언어화되는 과정도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되지 못하는 것은 무형의 기억으로만 남고, 기억을 누군가에게 전달하지 못하면 투명해진다. 움직이는 과정 속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도 결과를 만나기 전까지 스스로를 증명할 길이 없어 투명해진다.
투명한 존재는 시각으로 읽히지 않아 감각으로만 떠다니지만 동시에 분명히 누른 자리를 만든다. 차가운 유리에 가닿는 따뜻한 숨결이 만들어내는 입김은 피어났다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결국엔 사라지지만 공기 속에 실재한다는 것을 알듯이, 에어컨에 차가워진 팔 위로 얹어진 따뜻한 손가락 체온에 온기를 바라던 온몸의 세포가 집중하는 감각을 시각으로 전달하진 못하지만 분명히 내 몸이 느끼듯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도 실재하는 순간들을 감각하고 인지할 수 있다. 증명할 방법이 없어 투명해지는 존재들에게도 중력과 부피를 만들어주고 색감을 입혀, 휘발되지 않고 우리가 만질 수 있는 존재로 발견되게 해 주고 싶다. 화면에서 물감들이 중력을 받아 흘러내리는 물성을 갖도록, 움직임의 궤적이 붓질에서 운동감으로 느껴지도록, 겹쳐지는 얇은 색감의 레이어들이 공간을 입체적으로 느끼도록 매만지는 이유다.
이미지로 펼쳐진 그림이 시각 이외의 감각으로 읽히기 바란다. 촉각이나 청각으로 경험하는 것은 부족하지만 그렇기에 더 내밀하고 각인된 기억으로 남고 오랫동안 몸과 함께 살아간다. 그렇게 언뜻 비치는 그림자와 쫓아가면 아슬아슬하게 손 앞에서 사라지는 단서로 우리는 세상을 알아간다. 달팽이의 퇴화된 눈을 대신하는 더듬이처럼 더듬더듬 만져진 부분으로 미처 감각하지 못한 프레임을 채워 전체를 상상할 뿐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붓질, 어딘가에 겹쳐진 색감, 흘러내리는 질감은 손에 잡히지 않고 완성된 언어로 전달되지 않는 존재들을 어렴풋이 감각하게 만든다. 그것들이 존재를 증명하기보다는 감각하는 지점이 되길 바라고 제시되는 작품들이 평면 속에서 완성되는 이미지가 아닌, 크고 낯선 풍경을 쫓아가는 작은 단서로서 역할하면 좋겠다.
*BLACK HOLES : The Edge of All We know
참여작가: 곽은지
출처: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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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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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0:30 - 18:00
휴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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