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예술공간이포
2025년 4월 5일 ~ 2025년 4월 18일
흙이 태양을 만날 때
도시에서 흙냄새를 맡기는 어렵다. 도시가 배출한 대부분의 물질은 흙이 되지 못하고 들판이나 바다로 쓸려간다. 대도시는 이미 재난지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흙이 태양을 만나면 이런 도시에서도 초록식물이 번성한다. 특히 잡초는 실낱같은 흙을 토대로 콘크리트를 뚫고 돋아나 도시의 공기를 정화한다. 우리가 내어준다면 도시의 모든 도로, 모든 벽, 모든 빈 공간이 생명체가 자라는 땅이 될 수 있다.
사공토크 작가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어반 정글’에 관심을 가졌다. 먼저 육교 아래에서 고개를 쑥 내미는 왕고들 빼기나 보도블록 틈새에서 돋아난 민들레를 눈여겨보았다. 쓰레기가 쌓인 뒷골목, 비어있는 땅, 오염되어 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지반에서도 잡초는 우리보다 더 크게 자란다. 무엇보다도 모든 생태계는 균형을 되찾는다는 ‘생태회복력’에 관심을 가졌다. 이 능력을 믿는 전 세계 시민들은 최근에 야생공간을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시의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던 우리는 이 주제로 이어가던 대화의 내용을 모아 전시를 열기로 했다. 어떤 작가는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에서 도시와 시골의 차이를 말하고, 어떤 작가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번식하는 야생식물을 표현한다. 저절로 자란 명아주를 보며 식물과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는가 하면, 문명과 자연의 경계지점에 관심을 갖고 하천의 재야생화를 드러내기도 한다. 또 인류가 대지를 개척한 역사를 짚어보거나, 도시의 유휴공간에서 우리와 공존하는 생명체의 흔적을 따라간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식물과 인간의 합일로 보여주기도 하고, 도시계획의 직선과 생태적 경계가 부딪치는 지점에서 받는 자극에 감응하며, 하천의 홍수를 조절하는 녹지완충지대가 체육시설로 바뀌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첫 전시 ‘생강’은 여성작가들의 연대로 시작했고, 두 번째 전시 ‘비스듬히’는 빛처럼 스며드는 자연과 인간의 영향력을 말했다. 세 번째 전시 ‘흙이 태양을 만날 때’는 도시환경에서 인간의 위치를 짚어보는 사회적 관심으로 확대되었다.
지구인들은, 특히 대도시 사람들은 앞으로 지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를 염려한다. 전 세계 인구의 50%가 도시에서 살고 탄소배출의 75%도 도시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의 도시인들은 최근에 나날이 심해지는 열섬현상과 폭우, 폭설, 화재를 피하기 위해 자구책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그것은 최소한 도시면적의 20%를 녹지로 확보하고, 풀을 베지 않고 그대로 두고, 옥상녹화를 권장하고, 빈 땅에 나무를 심고, 시멘트를 깨서 잡초가 돋아나게 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것은 인간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아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 지구에 둥지를 튼 다른 생명체들의 생태계 안에 있다. 인간이 꼭 인간만은 아닌 것이다.
비에 젖은 맨땅의 냄새를 맡고 싶다. 햇빛으로 자라는 초원을 도시에서 보고 싶다. 비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결국은 인간을 위한 길이고 다른 존재와 함께 지구에서 살아가는 길이다. 자연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무엇으로든 풀어낸다면, 땅은 우리보다 먼저 살아날 것이다.
2025년 4월 김해심
출처: 사공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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