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공간
2022년 1월 19일 ~ 2022년 1월 23일
'기이하다’는 감각은 어떤 순간에 나타날까?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이 마법 같은 단어를 내뱉기 전에는, 우리는 그저 주어진 일상을 익숙하게 감각할 뿐이다. 하지만 이 익숙해져 싱거워져버린 감각에 약간의 소금같은 트리거(trigger)를 뿌린다면 우리는 어떤 감각으로 세계를 탐색할 수 있을까. 트리거에 맞닿은 감각이 낯설게 변형되어 어느 순간 ‘기이하다’라는 생각이 들면 우리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상황이 ‘기이하다’는 것을 깨닫고 일상의 감각을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익숙함에서 벗어난 감각은 예상치 못한 해석과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감각의 풍경을 바라보게 한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기이한 감각국’은 감각을 제공하는 작가와 그 감각에 맞닿은 관객의 기이한 조우를 의미하는 장소이다. 6명의 작가들은 온수공간 전체를 관객이 탐험하고 침범할 수 있는 하나의 국가로 지정한다. 6명의 작가들이 선사하는 각각의 트리거(trigger)는 관객으로 하여금 익숙하지 않은 시선과 행동으로 몸의 감각을 기이하게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관객이 자신의 익숙한 감각을 내던지고 기이한 감각국의 감각을 따르게 하는 것을 노리는 공간임과 동시에 자신 또한 기이한 감각의 일부가 되게 함을 의도한다.
김보경은 이동을 하며 주로 보이는 풍경과 사건들, 장면들을 드로잉으로 그려내는 것을 통해 본인이 지각한 사회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는 작업을 진행한다. 일상의 이미지들은 드로잉을 통해 일그러지게 변형되고, 마치 이러한 일그러진 인물들이 감옥에 갇힌 것처럼 표현된다. 이동을 하며 바라보는 이미지들이 오히려 좁은 우리에 갇힌 듯한 정적인 이미지로 변화한 것을 보며 작가는 관객에게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유하고 감각했던 주변에 숨겨진 이면의 감각을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김진선은 대립적이고 이분법적인 상황들 안에 놓인 경계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다.
성적 상징, 권력의 상징, 관용적 표현 등 통용화된 상징들을 혼합하거나 교차하고 여러가지 의미가 동시에 지닌 상태를 조각이나 설치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일상적으로 당연하게 인지하던 경계를 흐려 낯설게 감각함으로써 대립적이라 여긴 상황의 인위적 벽을 넘은 새로운 감각의 경험을 마련한다.
신디하는 돌연변이 식물이 사는 숲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인류세가 끝나고 다수의 생물이 사라진 시점에서, 돌연변이들이 어떠한 외부의 개입 없이 생태계의 빈틈을 노려 우세한 종이 되어 진화했다고 가정한다. 이때 숲은 어떤 모습을 지니게 될까? 신디하는 마치 줄기처럼 세상 밖을 향해서 자라나버린 뿌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숲의 풍경을 구성하고, 이를 조각으로 떼어와 관객에게 익숙한 숲의 감각이 아닌 낯선 숲의 감각을 전해주고자 한다.
정다정은 주변을 관찰하던 도중 기묘한 감각이 일깨워진 순간들을 전시장에 불러온다. 작가는 관찰한 풍경과 수집한 오브제를 재조합하여 축경(縮景)한 ‘장면(scene)’ 시리즈를 제작해왔다. 다양한 ‘판’ 형태의 장면에는 세상을 멀리서 바라본 시점, 특정 공간에서의 기억이 담겨있고, 그 위에는 작은 열매와 세라믹 구 등 점경인물을 상징하는 오브제가 놓여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운드 디자이너(이강욱)와의 협업으로 장면의 분위기를 더욱 선명하게 하고 기이한 감각의 극대화를 시도한다.
주지한은 일상에서 겪는 무기력함 속에서 기이한 감각을 끌어낸다. 무기력함을 느끼는 순간에는 신체의 힘이 다 빠지고, 내장의 무게마저 무겁게 느껴진다. 기력이 빠져나간 껍데기와 같은 불완전한 신체들은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한다. 이러한 신체들은 어딘가에 걸려 있거나 널브러져 있으며, 외부 바람에 힘없이 흔들린다. 불완전하고 무기력하게 흔들리는 신체들과 그 사이에서 반복하며 떨어지는 머리통 영상은 관객에게 자신의 신체를 돌아보게 하며 기이한 감각을 선사한다.
지 연은 일상 속에 녹아든 주변 사물들을 관찰하고, 내면의 은폐(隱蔽)된 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그 과정에서 잠재되어 있던 기억과 감정을 상기시킨다. 일상은 늘 반복되기 때문에 무관심한 대상이고,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본인의 사고와 감정, 삶을 반영하는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주로 빛, 그림자, 공기의 흐름, 바람 등의 미세한 움직임을 사용하거나 사물을 낯설게 배치함으로써 담담하고 고요하지만 일상 속에 잠재된 예민한 감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기이한 감각을 나타낸다.
전층에 걸쳐 ‘기이한 감각국’을 탐험한 관객은 문을 나서며 자신의 일상의 감각으로 돌아오게 된다. 감각국을 경험한 관객의 모든 감각을 기이한 감각으로 바꿀 순 없지만, 감각국에서 얻어낸 조그마한 소금 결정체가 어느 순간 당신의 일상에서 변화를 가져오는 감각이 되기를 기대한다.
참여작가: 김보경, 김진선, 신디하, 정다정, 주지한, 지 연
기획: NUODD
포스터디자인: 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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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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