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148
2019년 3월 2일 ~ 2019년 3월 30일
가늘고 뾰족한 훈련의 밤
글. 이현아
김남현 작가는 고립–고통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회 속에서 개인이 관계를 맺으면서 겪는 충돌과 좌절을 오롯이 피부로 반응하며 그것을 형상화한다. 전작들을 통해 사회 안에서 짓눌리고 찢기고 곪은 개인과 기형적으로 변형된 관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가는 이번 전시<얇은 잠, 마른 꿈>를 통해 사적 공간에서의 더욱 철저한 고립을 구현한다. 소외에 의한 고립에서 더 나아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차곡차곡 벽을 쌓아 만든 자발적 고립의 공간을 만든다. 스스로를 더 좁은 공간으로 몰아넣고,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혼자만을 위한 가구로 한 집을 채운다. 더욱 철저하게 갇힐 수 있는1인을 위한 침대, 겨우 종이1면을 위한 책상, 1명의 얼굴마저 조각조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은 거울들.이처럼 작가는 사회로 부터의 고립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고립 이후 불 꺼진 공간까지 상상력을 이어간다.
얼핏 보기에 혼자만의 완벽한 독립을 꿈꾸는 공간인 듯 하지만,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기능이 기형적으로 변형된 가구들로 가득 차있다. 그곳에 사는 인물은 분명 세로로 누워 쪽잠을 자고 일어나 치약으로 범벅이 된 칫솔로 양치질을 할 것이며, 매운 치약을 헹구려 물을 틀어봤자 그 물은 만져볼 틈도 없이 곧바로 하수구로 빠져나간다. 이렇게 혼자만의 공간은 또 다른 방식의 고립–고통의 태제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만사가 암울하고 비통한 상황에서 역설적이게도 필사적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자는 내내 꼼짝도 못할게 뻔하다는 것을 알면서 구겨 넣어 자는 잠, 불편함을 무릅쓰고 촉각을 곤두세워 앉아보는 좁은 변기. 이 역설의 구조를 살펴보자면 고립 속에서 사는 시간 시간은 모두, 나를 좌절시키는 현실을 향한 저항이 된다. 작가의 시선으로 보자면 완벽한 독립도 완벽한 관계도 없다. 하지만 그 관계가 필연적으로 갖는 갈등과 그것을 향한 저항에서 현실 개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이처럼 나를 매순간 좌절시키는 현실의 불합리와 모순이 압축된 공간에 매일 산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지독한 일상을 견디는 힘으로 지독한 사회를 향한 내성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사회가 주었던 압박과 고통의 축소판인 장치들을 고안하고 배치한다. 이 장치들로 현실의 너무 좁아진 문틈 새에 맞춰 매일 밤 기형의 몸을 만들고,다시금 불편한 사회로 비집고 나아갈 수 있도록 은밀한 훈련법을 제시한다.
출처: 스튜디오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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