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17
2019년 6월 2일 ~ 2019년 6월 14일
산을 만난다는 것은 문명을 벗어나 가장 날 것의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날 것의 내 모습을 마주한다는 것은 내가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임을 느끼는 것이다. 그를 통해서 나는 자연이라는 어머니의 수많은 자식 중 하나이며, 나에게는 셀 수 없는 형제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한 날 형제들을 찾아가면 나는 알 수 없는 위로를 받는다. 그들과 함께 있노라면 속세의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사회가 바라는 통상적인 기준, 주변의 기대 그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로지 나 자신과 내 앞에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답답했던 마음이 차분 해지고 머리 아픈 고민은 잠시 잊힌다.
세상의 모든 것들로부터 차단되는 기분이다. 아무도 나에게 불편한 질문을 하지 않으며,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나는 산에 빠져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꾸어진 것보다 산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모든 곳을 좋아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라 함은 태양, 구름 그리고 바람의 손길이 닿은 곳이다. 강한 바람이 지나간 자리, 산들바람이 지나간 자리, 물이 흘러간 자리, 넘쳐난 물이 스며든 자리, 강한 햇빛에 목마른 자리, 햇살을 피해 숨어든 자리. 그곳에는 꾸미지 않은 그들만의 멋과 이야기가 있다.
보통의 ‘정원’이라 함은 집 안에 있는 뜰을 자신의 취향대로 가꾸어 꾸민 것을 말한다. 또한 사람들은 계획적으로 어떤 나무와 꽃을 심을 것인지 정원을 디자인한다. 하지만 나만의 정원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임을 알려주는 듯 멋대로 자란 잡초들이 무성하다. 또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다듬어지지 않아서 찾는 이가 없다. 찾는 이가 없는 곳에는 길도 없다. 때문에 아무도 풀을 헤치며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오직 나만의 공간, 나만의 정원인 것이다.
포스터 디자인: 안마노
출처: 17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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