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아트스페이스
2025년 3월 13일 ~ 2025년 5월 20일
다시 찾아온 봄, 소울아트스페이스는 2025년 3월 13일(목)부터 5월 20일(화)까지 김덕용 작가의 <宇宙를 품다: Embrace the Universe>展을 개최한다. 교직생활을 하다가 전업 작가로만 20년 이상 작품 활동을 이어온 김덕용과 소울아트스페이스와의 인연도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전시와 전시의 연속성을 중요시 여기는 그는 지금까지 전시제목으로 등장시켜왔던 결, 빛, 담다, 스미다에 이어 이번에는 ‘품다‘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한국적 여인상, 차경 내부에 놓인 달 항아리나 책과 같이 구상화된 시리즈 외에도 바다, 산수, 별, 우주 등을 추상화된 이미지로 그려낸 대형 신작들을 이번 전시에서 대거 만나볼 수 있다.
한국의 색을 오랜 세월 품은 단청을 통해 깊은 영감을 받았던 김덕용의 작품세계는 우주를 품고 생명의 순환과 영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품는다는 것은 나와 다른 대상에 대한 사랑과 이해, 끈기가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작은 아이 한명 품는 일이 소녀를 어머니로 변화시키고, 상처를 품어낸 조개의 생명력이 진주를 만들어낸다. 그가 우주를 품는 방식은 정체성의 뿌리와 기억에 대한 사색, 발 딛고 살아가는 땅과 저 멀리 닿지 않는 하늘을 향한 관찰, 생의 환경 속에서 주어진 재료와 씨름하며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김덕용은 소울아트스페이스 전시 <결이 흐르는 공간(2015)>을 통해 처음으로 작품 속에 바다를 등장시켰다. 바다를 표현하고 있는 자개는 꼼꼼한 작가의 손끝과 의도를 따라 가지런히 배치되었지만 인위적인 느낌보다 본래의 빛깔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배려한 인상이다. 흙과 바다의 기운으로 생성된 자연의 색채, 압축된 시간과 수백수천의 조개가 가지고 있는 생명의 에너지가 영롱하게 표면에 빛난다. 대학시절 동양화과에서 종이와 먹으로만 제한된 과제를 할 때 답답함을 많이 느꼈던 작가는 어릴 때부터 색에 대해서만큼은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한다. 어두운 나무 위에 이 정도의 색을 표현해낼 수 있는 작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색을 대체로 흡수해버리는 깊이와 단단한 결이라는 특성을 지닌 나무 위에 따뜻한 이미지를 자유롭고 부드럽게 묘사해내는 것은 재료와 색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 장인적인 기술의 습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칫 고전적으로만 느껴질 수 있는 옛 소재들과 재료를 다루면서 김덕용은 현대미술의 시대적 감성과 요구를 받아들이며 작품을 재탄생시켰다. 드넓고 깊은 바다에 수놓인 자개 위로 창과 문을 배치한 ‘차경’은 시공간, 생명, 귀소, 나아가 한국의 멋과 정취까지 모던하게 드러낸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담은 작품 ‘자운영’의 여인은 주름지거나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 둥글게 펼쳐진 자개 빛 한복 치마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단아하고 힘 있는 얼굴에는 헌신적 삶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담겨있다. 삶과 생명의 뿌리를 찾는 진중한 작가의 자세가 한국적이라는 평가로 이어졌겠지만 본질을 찾고자 어려운 길을 개척해온 그의 작업이 한국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확장되어 자연에 대한 감탄과 명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나무와 자개에도 본래의 결이 있지만 작가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도 결이 남는다. 여인의 치마 실루엣이 둥글게 펼쳐지고, 밤하늘에 별이 운행하는 모습은 마치 컴퍼스로 그어놓은 듯 뚜렷한 동심원을 그리며, 나무를 태우고 숯을 쌓아올린 작품에서도 본래 나무판이 가지고 있던 결과는 전혀 다른 표면이 만들어진다. 단단한 기초위에 새롭게 만들어진 김덕용의 결은 리듬을 따라 순환하는 원형으로 흐르며 <宇宙(우주)를 품다> 전시제목과도 상응하는 형태를 보여준다. 작가는 바다로부터 온 자개로 탄생의 근원을, 까마득한 우주에서 죽음에 대한 근원을 담으며 순환하는 자연세계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고 말한다.
칠흙처럼 검은 숯은 나무보다 더 어둡게 ‘우주’를 표현하는 새로운 표면과 결을 만들었다. 직접 구한 나무의 결을 살려서 작품을 제작했던 것보다 적극적인 작가의 개입이다. 나무판 작업을 하고 남은 자투리는 땔감으로 쓰이곤 하는데, 재로 남은 존재에도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해 생명의 순환을 나타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우주’시리즈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을 떠난 가족이 어디선가 다른 존재로 순환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작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며, 감상자로부터도 공감을 이끈다. 별빛이 무리지어 움직임과 이야기를 만들고 불꽃같이 반짝이는 공중의 산수가 그려진다. 리듬과 파동, 반복 속에서도 변화하는 이미지와 작품의 독특한 물성이 발전해가는 모습이 놀랍다. 나무보다 생명력이 짧고 우주에 비해 먼지처럼 작은 인간이 자신이 속한 세계를 관찰하고 시간과 생명을 이해하는 특별한 존재로서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세계이다.
생명의 시작인 어머니로부터 바다의 차경과 여러 빛깔의 자개구슬로 화양연화를 나타내는 삶의 이야기, 그리고 심현의 별과 산수로 생명의 순환과 영속을 나타내고자 김덕용의 작업은 꾸준하고도 성실하게 확장되어가는 중이다. 그가 여러 소재를 다루며 많은 형상을 표현하는 것은 작품의 다양한 시리즈를 계속해서 발표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순환’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며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그 일체성을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다산수가 근원에 대한 동경을 표현한 것이라면 우주산수는 돌아갈 세계에 대한 설렘의 표시이다. 그가 죽음을 의미하는 잿가루를 밑바탕에 광범위하게 도포(塗布)한 것도 돌아갈 세계에 대한 암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고 해서 종말을 연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죽음은 결국 ‘생명의 별’로 조금 더 다가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성록 (미술평론, 안동대 명예교수)-
김덕용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국내는 물론 홍콩, 미국, 일본, 영국, 독일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프랑스, 중국,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및 국내 유수의 미술관과 화랑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두바이 아트페어, 아트 런던, 아트 마이애미, 아트 센트럴, 아트 파리 등 주요 국제아트페어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둔 그의 작품은 경기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해양박물관, 박수근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스위스한국대사관, 아부다비관광문화청, 에미레이트전략연구조사센터, 외교통상부 등의 기관이 소장하고 있다.
참여작가: 김덕용
출처: 소울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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