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신관
2018년 9월 5일 ~ 2018년 9월 11일
김미정, Ohne Titel, Acryl, Tusche, auf Leinwand, 160x115cm,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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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기억 Die Erinnerungen des Raums
작가 김미정
독일유학 시절 어느 추운 겨울날 지인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이라 호텔 로비는 한산했고 몇 안 되는 호텔 투숙객들만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지인을 기다리는 동안 로비 벽에 걸려 있는 회화 작품 하나를 발견했고 그와 동시에 내 몸속에 미묘한 전율 같은 것이 빠르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전율하게 했을까? 이유는 그 작품이 예전의 나의 한국에서의 작업과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프랑스, 시∙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사고와 표현력을 지닌 작가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놀라웠던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자주 마주친다. 아마도 이것은 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이 말하는 “집단 무의식” 이라는 개념을 뒷밭침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래 전부터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 Gaston Bachelard의 철학을 좋아하던 나는 그의 저서를 여러 번 정독하곤 했다. 그리고 바슐라르의 철학을 바탕으로 작업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물질적 상상력”이라는 개념은 나를 자극했고 수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 개념은 위에 언급한 융의 “집단 무의식”과도 많은 연관성을 갖는데 그것은 바슐라르가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질적 상상력”, 그것은 가스통에 의하면 특정한 개인이나 작가가 물질적 4원소인, 대지, 물, 공기, 불을 다채롭게 꿈꾸고 상상하며 지각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4원소는 인류가 생성되기 전의 원형적인 존재로서 그것은 곧 인간의 “원형질”이며, 인간이 꿈꾸고 상상하는 것은 그 원형질 자체가 꿈꾸고 상상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인간은 태초 전부터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연결되어있는 것이며 이것이 곧 융이 말하는“집단 무의식” 이다.
예술가는 물질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나의 작업 목적 또한 이러한 원초적 본질을 쫒아가는 행위에 있다. “공간” – 정신적 물질적 요소를 함께 내포하고 있는 – 을 하나의 살아있는 물질로 해석한다. 공간은 더 이상 추상적인 존재만이 아닌 인간처럼 숨쉬고, 느끼며, 꿈꾸고 상상하는 물질적 존재이며, 인간을 투영하는 존재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은 꿈꾸는 감성의 존재이며 개개인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하고 싶다. 유학을 마치고 모국에 돌아와 받은 첫인상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었다. 우리가 어린 시절 꿈을 얘기할 때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서로 다양한 미래에 대한 상사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자신만이 간절히 바라는 꿈을 꾸지 못한다. 꿈을 잃은 지 오래다. 진취적이고 창조적인 자기 개발적 직업이 아닌 편안함에 안주할 수 있고, 물질적 부를 누릴 수 있는 직업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즉, 우리는 물질적 메커니즘에 빠져 그것의 노예가 되어 “꿈”이라는 단어 자체를 낯설어 하며 심지어 잊은 지 오래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간, 작가 그리고 관람자가 동시에 꿈꾸고 몽상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우리의 심연 속 깊이 숨어 있는 우리의 본질적 감성을 외부로 유도하고자 한다. 작가는 공간의 심연속으로 들어가 관람자를 이끌어 공간과 함께 꿈꾸고 상상하며 지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때 공간은 우리에게 물과 불, 공기와 흙이 되어 우리 심연의 기억을 깨워낼 것이다. 이번 전시는 감성이 메말라 버린, 유대감이 상실된 지금의 21세기에 우리가 맘껏 꿈꾸고 몽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우리는 또한 다른 자아를 만나게 될 것이고 새로운 몽상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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