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산방
2024년 12월 11일 ~ 2024년 12월 22일
보통의 여름날 해변에 맑은 햇볕 때문에 눈이 부셔 총을 겨눈 소설 속 인물을 떠올린다. 삶의 의미를 비장하게 묻지 않을 거라던 어떤 실존주의 철학자의 말을 떠올린다.1) 일상에 처박혀 혹은 일상적이지 못해 이치에 어긋남은 참으로 평범하다 불리우는 날에 ‘찰나’이다. 이러한 삶의 균열의 문제는 오직 내 안에서만 인지된다. 특별히 누구와도, 특히나 어디서도, 특정한 언제에도 입 밖으로 말을 낼 수 없기에 천천히 고요하게 그는 총을 겨눌 수 있었고 비장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한편, 지속하여야 가능했던 ‘매일’을 멈춰세우는 이 현상은 삶의 이유를 돌보고 살펴보기를 권유하는 무언의 제스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현상을 목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오직 나이기에 자신의 삶을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나름의 방식을 필요로 한다.2) 하지만 우리는 차등 없이 주어지는 시간에 내맡김으로써 삶을 버텨내고 있을 뿐이다. 즉 의도적인 사유의 시간을 확보하지 않고는 방식을 모색 할 수 없는 처지이다.
만약 미술 작품이 질문을 던지고 전시가 생각을 유도하는 역할이 될 수 있다면, 본 전시의 기획자는 이들의 역할을 빌어 그 방법을 함께 모색해 보길 제안한다. 그리고 참여 작가의 작품을 통해 그 모색을 예시한다. 우선 김민지 작가가 응시한 기록으로써의 회화 작품을 주목한다. 작가와의 첫 만남에서 그녀는 “세상이 종말하기 전 주변 사람들과 보고 싶은 찰나를 그렸다”라고 말했다. 도처에 있는 새의 퍼덕이는 움직임을 따르는 눈길은 매일 지나는 친숙한 장소의 단편을 응시하게 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새는 무색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초점으로 기능하여 그녀만의 주관적인 삶의 시간 속으로 거주하도록 이끈 ‘찰나’를 그려낸다. 이러한 그녀만의 극단적인 전제 조건은 일상적인 인상이 삶의 의미를 토대하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감상자에게 시사한다.
반면 권혜림 작가의 작업은 정신적 태도에 집중하고 있다. 작가는 어긋나고 마는 삶의 이면을 감지하지만 그것이 어떤 이미지나 물질적 형상으로 규정할 수 없어 그저 삶의 의미였던 찰나를 읊조리고 마는 개인적 습관이 작업의 출발이라고 말한다. 이를 기반으로 표현한 영상과 설치 작품은 사색을 위한 반복적인 질문 일 뿐, 명확한 의미를 또 다시 까만 배경 저편으로 감춰버린다. 하지만 연쇄적인 질문의 굴레 로 감상자를 의도적으로 위치시켜 적극적인 사유를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두 작가의 작업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내면을 관찰 가능한 일상과 은유하여 외면화 시킨 사유 방식을 선보이는 김민지와 철저하게 내면으로 침투하고자하는 권혜림의 방식이 공명하여 위에서 언급한 전시 의의를 구체화한다. 그리고 기획자는 이들의 작품이 둘러쌓인 《지금, 새, 전시》에서 이곳을 방문한 감상자들에게 말해본다.
“누구도 삶의 의미를 비장하게 묻지 않는다.”
글. 권혜림(작가-큐레이터)
1) 알베르 카뮈, 『시지프의 신화』, 김화영 옮김, 믿음사, 2016 (본 서문은 철학자 알베르 카뮈의 실존주의를 토대로 한다)
2) 위의 문헌과 동일
작가소개
권혜림은 순수 미술과 큐레이터학을 전공하고 작품으로서의 큐레토리얼 전시 기획과 연구에 관심이 있다. 최근 작업으로는 미술 이론과 작품 제작의 실제적인 연결을 기반한 실험으로 《호-흡—법---》(2024)을 기획했다. 작가이자 큐레이터로서 구분된 역할이 아닌 공통된 지향점을 모색하고 활동하고자 한다.
김민지는 조형예술을 전공하고 현재 회화 위주의 작업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눈에 띄는 순간을 포착하여 회화로 박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축소와 편집을 거친 장면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 순간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재현된 이미지로 보관된다
참여작가: 김민지, 권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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