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16년 2월 24일 ~ 2016년 3월 1일
흘려보내고, 장지에 채색, 292x1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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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합이 보여주는 모호함의 미학
우리는 눈이라는 신체기관을 통하여 세상을 인식한다. 그리고 만물의 존재는 이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에 의해 판단되기 마련이다. 즉, 우리가 무엇을 본다고 할 때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양한 종류의 색안경을 쓰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체와 대상 사이에는 끊임없는 시공간의 변화가 작용하기 때문에 한 순간만으로 대상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김샛별은 평범한 풍경이지만 초점이 맞지 않아 윤곽선이 흐려져 있거나, 실수로 카메라가 흔들려 잘못 찍혀진 것처럼 이미지를 연출하고 표현한다. 그리고 대상을 바라보는 중첩된 시선 위에는 단절된 경험이 아니라 대상과 나의 관계를 바라보는 지속적인 경험 그리고 사유를 포함시킨다. 작가는 대상에 대한 직관적 감각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우리 눈앞에 벌어지는 것은 절대적이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하며 그 안에는 다른 시선들 간의 다양한 시공간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김샛별 작품의 가장 큰 특성은 하나의 고정된 시선이 아니라 여러 개의 시선을 흔들리듯 겹쳐 회화적 감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물의 전체를 인식하려면 우리의 시선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서 관찰자의 눈은 대상을 더듬는 촉각적인 눈으로 작용한다. 여백에 쌓여져가는 시선들을 서로 다른 위치적, 조형적 정보를 가진 형상들로 서로 어긋나게 교차되고 화면에 형상화된다. 미세하게 시선을 움직이는 작가 특유의 연출방법과 더불어 전체 중 일부만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대상과 그 주변으로 드리워진 여백은 모호한 사색적인 분위기를 더욱 자아낸다. 또한 이미지의 중첩은 이미지를 투명하게 보이는 효과를 이끌어내어 화면 안에 다양한 시공간의 층이 만들어냄으로써 입체감과 깊이감을 부여한다. 이처럼 다양한 시선에 의해 분화되고 겹쳐지는 이미지의 표현방식은 하나의 초점으로 맞추기 위한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여기에는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자하는 의식의 흐름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흐릿해진 초점은 대상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유의 흔적이기도 하며 그 결과 비음과 채움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서로에게 흡수된다. 여백에 사물이, 사물이 여백에 스며들기도 하면서 고정되지 않은 의식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에게 움직이고 변화한다는 것은 만물에 대한 이해와 연결되며 본인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미지를 희석하는 방식은 이성적 사유방식에서 자연스레 벗어나게 해주고 직관에 의한 감각을 일깨워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작품의 주된 소재가 되는 자연 풍경은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일상의 존재이며 시공간의 의미를 솔직하게 반영한다. 예로부터 자연은 동양적 사고의 근간이 되어왔으며 가장 가까이에서 인간에게 우주의 섭리를 느끼게 해주는 보편적인 존재였다. 작가에게도 자연은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그 속에 거대한 에너지를 내포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미지의 원형이다. 시선의 흔들림을 통해 대상과 여백의 경계를 지우고 화면 안에 순수한 형상만을 남김으로써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의 작업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주체와 객체와의 관계는 이미지를 해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만물에는 고정된 의미와 형태가 없으며 주체에 따라 어떠한 해석과 변화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샛별이 보여주는 동적 시선은 우리에게 고정되지 않은 의미를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해줌으로써 삶에 대한 이해와 시각을 넓혀준다. 작품에 정해진 의미를 부여 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에 대한 최종적인 의미는 열려있음을 시선의 합을 통한 모호한 형상으로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흔들림이라는 이미지의 구현방식은 화면 안에 불완전의 미학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데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며 그 대상을 이해하는 방식 또한 사람마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지각작용은 망막에 비치는 있는 그대로의 상을 의미하기보다는 해석을 통한 대상에 관한 사유를 내포하는 것이다. 김샛별은 시선들을 교란시키는 화면을 연출하고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시공간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미완결된 모호한 이미지는 관람자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다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지워지고 비워짐 대신에 감상자의 자유로운 해석에 따라 다시 존재가 자리 잡는 것이다. 작가는 이미지 속의 중첩된 시선 그리고 온전하게 드러나지 않는 형태들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시하고 우리에게 고정되지 않은 만물 안에서 의외성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갤러리도스 관장 김미향

잡고 싶었던, 장지에 채색, 91x117, 2016

이끌림, 장지에 채색, 90.5x72.5, 2016

어느 구석진, 장지에 채색, 각24 × 33.5cm, 2015
출처 -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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