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예술공간이포
2016년 12월 9일 ~ 2016년 12월 19일
김성재 사진전 : 노인의 시간 THE TIME OF THE STRONG MAN
작가 노트
전시를 준비하는 현재 시민들은 거리에서 부정한 정권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소통을 거부하는 무능한 권력자와 그 주변의 모략배들이 벌인 터무니없는 부정에 시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까지 느끼고 있다. 사실 이 ‘웃픈’시국은 이미 과거에서 벌어졌던 현상의 재현이다. 아첨에만 귀를 기울이는 어리석은 군주 와 자신의 이권을 위해 약자를 희생시키는 간신들, 민중의 편에 서지 않고 차기 권좌를 탐내며 사태를 관 망하는 또 다른 정치세력. 문제는 이 현상이 봉건국가가 아니라 공화국에서 벌어졌던, 그리고 현재 벌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승만이 현 한국사회의 모순과 부정을 집약한 인물이라 생각한다. 그는 정치 적으로 무능했지만, 권력을 탐하고 유지하는 데는 누구보다도 능수능란했다. 그리고 그의 탐욕은 민주국 가를 타락으로 이끌었고 만인을 불행하게 했다. 시민들의 피 흘리며 그의 부정에 대항해서 싸울동안 야 권은셈하고간보며거리의죽음을방관했다.결국,시민의희생으로어렵게얻어낸혁명의씨앗은 또 다른 독재자가 강탈하게 된다. 과거는 현재를 거울처럼 반영한다. 그리고 시민들은 또 다른 혁명을 위해 싸우고 있다. 이 혁명의 씨앗은 어떤 정치세력도 아닌 시민의 것이 되어야 한다. 이승만과 박정희 같은 타락한 군주들이 만들어낸 탐욕의 사슬을 끊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정치가 시작되어야 한다.
전시소개
본 사진 시리즈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다. 이승만은 남한 단독정부수립과 한국전쟁. 그리고 4.19혁명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벌어지던 대한민국 현대사의 시작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허영 심많고 천박한 독재자의 전형이었지만 CIA와 미군부조차 당혹스러워할 정도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라면 놀라운 수완을 발휘하였다. 정치적 라이벌과 반대파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였고 최대의 위협인 좌 익세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잔혹한 숙청을 가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가 발휘한 정치적 계략은 모 두 성공했다.
본 시리즈는 두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한 가상의 연극이다. 동시대 한반도의 또 다른 독재자 김일성과 달리 이승만이 처음 권좌에 올랐을 때 이미 70대의 고령이었다. 말년 의 그는 대규모 민주화 운동에 대응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독립운동가였음을 앞세워 권력의 정점에 서 홀로 군림했으나 자신을 구세주처럼 따르리라 믿었던 민중의 봉기로 몰락한다. 미니어쳐로 만들어진 기묘한 무대에서 나는 라텍스로 만든 이승만의 가면을 쓰고 권력의지로부터 배신당한 노독재자의 마지 막 시간을 연기하였다. 두번째는 이승만의 초상사진시리즈이다. 이 초상사진들의 배경은 보도연맹 최대 학살지인 대구 인근이다. 보도연맹은 좌익에서 우익에서 전향한 이들이 가입한 반공단체로 가입인원은 35만명에 달했으나 상당수는 이념과 상관없는 평범한 농민들이었다. 한국전쟁 개전 이 후 북한군의 공 세에 밀려 남쪽으로 후퇴하던 이승만정부는 보도연맹원들의 즉별처분을 지시했다. 초상 사진들은 실제 학살이 벌어졌던 장소를 배경으로 촬영하였다. 사진의 제목 역시 학살지의 실제 지명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이승만의 가면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엘리트 권력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대통령의 왜곡된 상징성 을 무너트리고자 했다. 경쟁과 지위에 대한 집착은 윤리와 원칙을 내던지면서 타인의 위에 군림하는 것 을 정당화한다. 가혹한 수직구조에 길들여질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인간성은 마모한다. 이승만은 현 대한민국 사회의 가부장적 가치와 제왕적인 리더쉽의 원형이다. 그래서 나는 소용돌이치는 상승의지로 가득한 사회가 외면한 사람들의 얼굴을, 권력의지를 잃고 무너져가는 노독재자에게 투사한다. 이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기묘한 연극무대에서 나는 고립된 노인에 불과한 그를 연기한다.


출처 - 대안공간이포, 문래예술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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