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갤러리
2024년 9월 5일 ~ 2024년 10월 3일
시간의 자취 trace of time
글 정현아 (이층갤러리+디아건축)
김세연은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구름을 관찰하고, 그것을 포착해 화면에 재구성한다. 구름은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그의 그림은 흩어지고 모여드는, 혹은 두텁게 쌓이고 점점이 펼쳐지는 다양한 움직임을 어떤 하나의 성격으로 규정하는 작업이다. 그가 보는 구름 자체는 구상적이나, 구름의 움직임을 쫓는 그의 그림은 추상적이다. 관찰의 대상이 나목이나 돌, 들풀, 눈보라 같은 보다 구체적인 자연 풍경으로 옮겨 가더라도, 밀도와 흐름을 담아내는 그의 그림은 언제나 구상과 추상의 중간 쯤에 자리한다.
작가의 말대로 이것은 행방에 대한 그림이다. ‘눈 앞에서 다른 모양으로 변화하려는 순간을 잡아내 순수한 흐름 덩어리로 표현’하는 것이다. 구름 자체는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형태를 지우고 단지 터치와 실루엣 만으로 채워진 그의 화면은 순간적인 공백상태이다. 그가 포착하는 움직임은 이제 구름일 수도 있고, 파도나 바람 또는 새의 날갯짓일 수도 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두 재료인 목탄과 유화의 연결고리를 탐색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오일바로 먼저 선을 그린 후에 페인팅을 하거나, 유화지에 젯소로 질감을 만들고 목탄의 터치를 입힌 작업 등이 그러한 재료 실험의 과정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보여주는 검은 목탄 드로잉은 페인팅처럼 단단하고, 그의 컬러 페인팅은 오히려 드로잉처럼 가볍다.
김세연의 그림은 검다. 그에게는 색채가 아니라 빛이 의미를 가진다. 목탄을 재료로 삼은 흑백 작업은 물론이고 유화인 컬러 작업 역시 그러하다. 붓 터치에 남은 차가운 색조가, 그림자 같은 실루엣이 검다.
또한 김세연의 작업은 고정되지 않은 말랑말랑한 상태를 지향한다. 완결적이지 않은 진행형으로 빠르고 간결하게 표현한다. ‘열린 결말을 가진 소설처럼 재현적 완성보다는 순간의 생생함‘을 지니려 한다. 그러므로 변화의 시간을 포착하는 김세연의 그림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그는 오브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의 자취와 궤적을 그린다.
흐름과 움직임을 통해 김세연은 우리에게 그 찰나의 순간을 선사한다. 그는 가볍게 움직이는 것들을 추적하며 이미 눈 앞에 사라진 잔상들과 순간의 흔적들을 되살리는 작업을 한다. 감각을 집중하여 사물들의 여운과 잔광을 담아낸다. 이렇듯 생성과 소멸 속에 변하지 않는 본질을 붙잡은 ‘하나의 관계망’을 만들고 나면, 가벼움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고 단단한 의미를 지닌다.
"사건들을 엮어주는 하나의 관계망은 삶이 순전한 우연성의 굴레에서 해방된 듯한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통해서 삶은 의미심장한 것이 된다.” 시간의 향기 - 머무름의 기술, 한병철
참여작가: 김세연
출처: 이층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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