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관
2025년 3월 29일 ~ 2025년 4월 20일
지난 여름, 그러니까 2024년 7-8월의 여름은 나에게 기다림의 시간이자 돌이킬 수 없는 마음, 그로인한 조금은 잊혀진 기억의 시간이다.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람을 갑작스레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만 했다. 불과 몇일전에 만나, 운동을 같이 하고 밥을 같이 먹고 희희낙락 웃고 떠들던 친구는 하루 아침에 중환자실에 누워있었으며 수술을 받았으나 깨어나지 못한 채 2주도 채 되지 않아 우리 곁을 떠났다. 그 당시 나는 굉장히 바쁘고 개인적으로 큰 일정을 치루는 중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했으며, 그 사람들과의 반가움과 고마움을, 그리고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기억해야할 말들이 많았다. 지금에서야 난 선명히 그때를 기억한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렇다 난 특별한 외상 없이, 아마도 충격에 의한 기억을 잃어버린, 잃어버리고 싶었던 때로 그때를 기억하는지 모른다. 온전한 척 했지만 사실은 조금도 온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숱하게 마주한 얼굴들은 희미하게 이목구비가 지워져 있으며, 나눴던 대화들은(꽤나 많은 이야기를 했음에도) 허공에 띄워져 구름이 되버린것 같았다. 갑작스런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그렇게 나를 집어 삼켰음을, 그때의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발을 딛으면, 헤매이는 사각지대》 전시는 일종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신체적 죽음이 아닌 ‘기억의 상실’에서 오는, 죽음과도 같은 소멸의 불안함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몇년 전 직접 겪은 ‘뇌전증’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뇌전증은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로 인해 반복적인 발작을 일으키는 신경 질환으로 이로 인해 그는 그의 삶에서 일부의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고백했다. 빠르게 흘러가던 시간을 잠시 내려 놓고, 시간을 꼭꼭 씹어 삼켜 소화하는 시간을 가졌으리라. 최대한 천천히, 음미하며, 꾹꾹 눌러담아 시간을 보낸 시절이 지난후 어느정도 일상에 복귀한 작가가 느낀 첫번 째 감정은 불안함이라 했다. 다시 또 기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어떤 기억을 잃게 될지 모르는 불안함, 기억이 아닌 실제적 죽음에 다다를지도 모르는 불안함 즉 소멸의 불안함을 가득 안은 채 그는 ‘기록’에 집중하게 되었다. 시시콜콜한 기억도, 시시콜콜한 기록도 모두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함이었으며 사진, 글(단어, 문장 따위의 메모), 드로잉 등은 그림의 바탕이 되어 쌓고 쌓이게 된다. 지나치는 사람들, 움직이는 사람들, 내 곁의 당신 그리고 나의 기억속의 나 / 지나친 거리, 내가 바라본 풍경, 인상깊은 프레임 속의 장면 등 김소정의 그림에서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주변의 풍경이자 사람들이 켜켜이 쌓이고 덮혀 희미하지만 여전히 그 존재감을 내비친다. 잃고 싶지 않은 순간들, 흩어질 듯 흩뿌려진 기억의 파편들을 어떻게든 붙잡아 두려, 다시 그림속으로 기억 속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것을 기억하고 많은 것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 기록의 방식이 다양해진 지금의 시대에서, 전통적 방식의 회화를 통해 기억을 잃지 않으려는 행위가 작가 본인에게는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적어도 내가 김소정의 그림들을 통해 보고 싶었던 건, 조금은 느리고 천천히 흘러가는 하루와 희미한 바람에 흘날리는 나무 내음, 비오는 밤의 공원의 풍경, 나를 소중히 내가 소중히 하는 이들의 흔적을 더 꾹꾹 눌러 담기를 - 기억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의 기억이 아닌, 잃어버린/잃어버릴것만 같은 숨겨진 기억과 불안의 복잡한 감정선을 더 차곡차곡 쌓아 되새겨지길 바란다.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잃는다 해도 남겨진 마음이 충만히 그의 살곁에 안온하게 머무를 수 있기를 바란다.
안부(작가, [별관] 기획자)
참여작가: 김소정
기획: 안부
디자인: 원정인
촬영: 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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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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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13:0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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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3:0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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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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