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토스트
2016년 2월 27일 ~ 2016년 3월 13일
널어둔 속옷, 가변설치, wire drawing,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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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의 철사드로잉은 한 눈에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다. 꾸밈없고 진솔하다. 작품의 제목 또한 군더더기 없다. 가방은 <Bags>이고, 신발은 <벗어둔 신발>이다. 일부러 속뜻을 숨기거나 섣불리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그 솔직함에 이끌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가간 시선은 새삼 새로운 사물의 내밀함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한 눈에 알아보았던 사물들은 인식의 차원과는 별개의 사뭇 다른 사물이 되어 다가온다. 철사드로잉이 그려낸 사물들은 표면이 증발된 것처럼 색채와 질감이 모두 사라져 있다. 오직 그 대상의 형태에 집중한 듯한 작가의 시선과 진지한 태도만이 세심하게 매만졌을 철사의 선을 따라 가만히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일까, 선을 따라 움직이는 시선의 속도는 점점 더뎌진다. 쭉 뻗다가 구부러져 휘어지고 그러다가 무심한 듯 갑자기 단절되기도 하는 선은 어느 부분에 가서는 놀랄 만큼 세밀한 디테일을 만들어낸다. 담담하게 전해지는 고요한 생동감과 미세한 떨림이 그 앞에 머물러 자꾸만 바라보게 만든다. 이토록 오랫동안 일상의 사물을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일상 속 우연한 계기에 마주한 주변의 사물이 김수현의 작업적 영감의 출발점이다. 그녀는 일상사물과 온전히 마주하여 사물이 보내는 느린 숨소리에 감응한다. 고요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시선이 머무는 부분에 집중하고, 각인된 이미지의 잔상을 떠올리며 철사드로잉으로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철사로 선을 그려나가는 드로잉기법은 작가의 내적 이미지를 구체화시켜 눈앞에 보일 수 있게 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방법으로 가능하다. 이때 철사는 잔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주는 매체가 되는데, 작가는 유영하는 잔상 이미지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 평면에 갇힌 선이 아닌, 낮은 높이로 공간에 진입할 수 있는 철사를 택했다고 한다. 공간으로 침투한 철사의 선은 빛을 받아 그림자를 만들어내면서 선명하면서도 아스라한 잔상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내보인다.
김수현의 작품 전시는 현실에서 그 사물들이 점유했던 공간의 맥락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그려낸다. 속옷은 걸려있고 신발은 놓여있으며 테이크 아웃 컵은 개별적으로 분리된다. 또한 작품의 최소한의 부분만이 벽에 고정되면서 '걸기'위한 용도로써의 벽의 역할을 약화된다. 작품과 벽 사이의 고정된 관계는 사라지고 전시장 벽은 전시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된다. 그 사이에 생겨난 그림자는 물체의 '있음'을 증명해주면서도, 동시에 실재 사물의 '없음'을 확인시켜주며 모호한 경계 속 실체에 대한 사유를 환기시킨다. 여백의 공간은 단순한 공백을 넘어 사물에 대한 작가의 시선과 시간의 중첩을 짐작하게 하며 가벼운 듯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전시장 공간 안에 자리한 사물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우리가 마주한 대상이 현실의 도구적 속성을 가진 사물이 아니라, 새로운 지각의 가능성을 감지한 '김수현의 사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에서나 보았을 일상의 사물들이 지금 이곳에선 어디에도 없는 사물이 되어 있다. 사물과의 온전한 만남, 고요하고도 집요한 시선, 잔상을 되새기며 실체에 가까워지려는 섬세한 손, 세심한 감각으로 재발견된 김수현의 사물들은 가장 순수한 내면의 형태를 암시하며 소소한 일상성 안에서의 예술적 발화점을 톡톡 건드린다. 이것이 20대의 젊은 작가 김수현의 다음이 무척 기대되는 이유이다. 글/추희정

출처 - 갤러리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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