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카다로그
2022년 6월 2일 ~ 2022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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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
나는 작고 가만히 있는 사물을 그린다. 보통 테이블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가까이서 관찰한다. 관찰한 것을 드로잉으로 옮겨 보고 물건의 전체와 부분을 촬영한 사진도 본다. 그러면서 내가 본 것을 캔버스에 그려 나간다.
이러한 방식에 자연스레 정착하게 된 것은 사물을 이해하기 위함인데, 이해한다는 건 형태나 색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층위를 알아가는 일이다. 예컨대 유리를 그리는 일은 유리를 제외한 나머지를 그리는 일이다. 유리를 그린다는 생각보다 반사되고, 반영되고, 왜곡되는 주변 사물의 이미지를 그린다는 생각을 하며 그리면 그제야 유리라는 사물이 드러난다. 또 누워 잠든 사람의 얼굴은 성냥갑이나 컵처럼 빤히 들여다볼 수 있고, 서 있을 때와 다르게 회전해 있어 형태나 색을 보다 건조하게 바라볼 수 있다. 여러 물건을 모아 놓고 그릴 때 물건을 테이블 위에 준비하는 과정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모양, 색, 재질 등을 고려해 물건을 교체하거나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일은 마치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을 닦아내거나 덧칠하며 화면 안의 요소들을 조율하는 일과 같다.
실물, 드로잉, 사진을 경유하며 본 여러 광경을 하나의 캔버스 위에 종합할 땐 나의 눈과 손, 충동 등이 어떻게든 불합해 결과적으로 사물이나 사진과는 조금 다른 상태가 만들어진다. 나는 그 상태가 재미있다. 때때로 세부가 전체를 흔들어 놓아서 그림과 사물이 지나치게 멀어지기도 하는데 그땐 다시 약간 닮게 그리려고 한다. 그래야 사물과 그림의 차이를 인식하고 사물을 다시 보게 되기 때문이다.
몇 년 간 사물을 바라보지 않았던 때가 있었는데 그건 아마 내 시각을 카메라의 관점이나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이 보여주는 세계에 거의 한정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물건들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사물을 더욱 친밀하게 느끼게 되었다. (좁은 의미의) 재현 회화는 그 어느 매체보다 낡고 순진하다고 여겨지지만, 나에게 재현 회화와 그 제작 과정은 내가 실제 세계에서 생활한다는 것과 주변에 사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사물을 마주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고 그것을 화면 안에서 획 단위로 구성해 갈 때, 혹은 해체해 나갈 때 나는 사물을 좋아하게 된다. 내 곁에 가만히, 동시에 쉴 새 없이 변화하고 있는 사물의 세계를.
참여작가: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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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3: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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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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