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산방
2023년 8월 15일 ~ 2023년 8월 27일
재료 점검 : 일기와 스테이트먼트 사이
방영아 (미술비평)
밖에는 맹렬한 소음이 있다. 요란한 바람과 바다 소리, 모든 걸 먹어치우는 듯한 파열음. 왜 그 요동치는 소리가 이리도 우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지 궁금하다.*
예술의 언어는 결핍과 관련되어 있다. 지나치게 거창한 말로 들리지 않길 바라며 쓴다. 내게 없는 것, 내 손에 닿지 않는 것, 그러나 내 손에 있어야 할 것으로 상정되는 것이 예술의 껍 데기를 쓰고 태어난다. 《eeny meeny miny moe》의 두 작가는 일상이 작업이 되기까지 거쳐 온 선택을 점검한다. 김예진과 진희원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상을 촬영-수집하고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사물, 상황, 소재, 혹은 이야기는 제작자의 선택을 거쳐 회화, 시, 조각, 그리고 이미지로 가공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제작자조차 이 작업의 도착 예정 장소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우리는 이 무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내가 원하는 것 을 내가 모를 때, 나는 나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예진은 《eeny meeny miny moe》에서 이전까지 고수하던 그리기 방식의 변화를 꾀한다. 캔버스 위로 유화를 묽게 펴바르고-닦아내기를 반복해 희뿌옇던 화면은 이제 촉각을 자극하는 두터운 레이어를 전시한다. 이 변곡점을 주목하고 싶은 이유는 형식의 변화를 촉구한 원인이 ‘비’라는 제재에 있기 때문이다. 계단과 벽면을 타고 흐르는 빗물은 시야를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익숙지 않은 불쾌한 촉감과 눅눅한 보도(報道)를 상기시킨다.
진희원은 “매일 오고 가는 도시의 뻔뻔함”에 천착했다. 그 특유의 은유와 암시는 지속되지만, 그것의 출발점을 직관적으로 노출하기를 선택했다. 매끄럽고 가공된 상태가 가리고 있던 이면의 균열을 선보이는 셈이다. 평온한 일상을 위해 차단되어야할 소음은 진희원의 작업에서 서사를 끌어내는 주인공이자 가장 결정적인 트리거로 기능한다. “불편한 상태로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해 가벼운 이야기로 그 현상을 비유”하는 방식은, 역으로 그것이 미처 해소하지 못한 부스러기를 관찰케 하기 때문이다.
앞서 나는 무지에 대처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어쩌면 온전히 태어나지 않을 수도, 예상치 못 한 도착을 야기할 수도 있는 결핍에 관해 썼다. 맹렬한 소음이 왜 내 마음을 가라앉히는지 궁 금하다면, 답은 간단하다. 계속해서 내 세계를 두드리는 파열음에 귀기울이는 수 밖에.
* 줌파 라히리, 『내가 있는 곳』, 마음산책, 2019, p121
작가 소개
김예진(b.1999) 건국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최근에는 일련의 상황을 한 화면에 고정시키는 방법을 고민하며, 회화가 가질 수 있는 시간의 지속과 변화에 관심이 있다. 주요 전시로 <도약의 단초 8>(탑골 미술관, 2022), <언제나 시작은 파란으로부터>(드로잉 룸 2.5, 2023) 등이 있다.
진희원(b.1998)은 목원대학교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보이는 것 이면에 대해 발견하고 상상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 전혀 다른 요소들의 공통분모를 찾아 연결 혹은 분리시킴으로서 표면적인 인식으로부터 멀어지기를 시도한다. 주요 전시로는 <Holiday Editions>(Off Work Gallery, 2022), <양쪽 끝을 마주하기>(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 2023) 등이 있다.
작가 :김예진, 진희원
포스터 디자인: Plopy
서문 및 도움: 방영아
출처: 무음산방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휴관
수요일 13:00 - 19:00
목요일 13:00 - 19:00
금요일 13:00 - 19:00
토요일 13:00 - 19:00
일요일 13:00 - 19:00
휴관: 월요일, 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