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사진미술관
2016년 8월 20일 ~ 2016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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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사진미술관은 한국사진의 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40대 사진가의 성과를 점검하는 〈중간보고서〉를 기획하고 있다. 한국사진계에서 40대 작가들은 중견과 신진 사이에서 사진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에 고은사진미술관은 스스로에게도 중대한 시기에 직면한 40대의 사진가들에게 이전의 작업을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방향성을 모색하고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 전시는 작가가 전시기획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작업을 중간 점검하고 이후의 작업을 예시하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2013년 박진영, 2014년 신은경, 2015년 백승우에 이어 2016년의 〈중간보고서〉에는 김옥선이 참여했다.
〈중간보고서 2016〉은 주변의 인물과 풍경을 일관성 있게 담아온 김옥선이 사진을 찍는 행위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고민하면서 만든 전시이다. 매 시리즈마다 반복되는 대상과 장치를 통해 의미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온 김옥선은 “순수 박물관”이란 주제로 이전 작업과의 관계 속에서 확장된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고자 한다. 이 주제는 우선 오르한 파묵의 소설 『순수 박물관』에서 제목을 빌려왔다. 사랑하는 여인의 물건을 모아 마침내 박물관을 만들어 버린 주인공 케말의 병적인 집착에서 김옥선은 자신이 이방인 혹은 주변인에 대해 갖는 집요한 관심을 떠올렸다. 주변의 인물과 풍경을 기록하고 수집하는 행위는 김옥선 작업의 중심축인 동시에 집착과 애정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작업 전체를 돌아보고 아우른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김옥선의 작업은 정체성에 대한 연구로 집약된다. 이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비주류로서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차이와 차별에 대한 사유로 이어지는 이 과정은 현재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독립 혹은 결혼이라는 사회제도의 기로에 선 자신과 같은 30대의 여성을 누드로 담아낸 첫 작업 〈방 안의 여자〉를 거쳐, 〈해피 투게더〉에서는 자신을 포함한 국제결혼을 한 커플과 동성애 커플의 시선과 포즈를 통해 제도와 현실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는 갈등을 보여준다.
〈해피 투게더〉에서 차이에 대해 주목했다면, 〈함일의 배〉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제주도에 표류하여 억류된 삶을 살았던 하멜(한국식 이름 함일)과 연결시킨다. 여기서 제주도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이방인들이 꿈을 꾸며 혹은 절망하며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이다. 김옥선은 이들이 제주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골라 그 곳에서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노 디렉션 홈〉은 제주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실제 거주하는 집 내부에서 주로 찍은 사진들로, 내러티브를 토대로 한 이전 작업들과 달리 이미지 자체에 주목했다. 균일한 조명과 콘트라스트 그리고 대상과의 적절한 거리두기를 통해 사진의 매체성에 대해 고민한 이 시리즈는 김옥선의 이전 작업들과 현재 진행중인 작업을 연결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빛나는 것들〉은 제주도에 이식된 외래종 나무와 숲을 사물 그 자체로서 드러내면서, 사유가 아닌 시각으로 느끼는 표면과 평면성을 극대화한다.
대부분이 신작들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는 이전 작업의 내용이나 형식에서 확장된 것들이다. 〈해피 투게더〉의 국제결혼부부는 다문화가족으로, 〈함일의 배〉와 〈노 디렉션 홈〉에서 다루었던 이방인은 가장 불안정한 위치의 난민들로, 그리고 〈빛나는 것들〉의 나무에 대한 기록은 나무뿐만이 아니라 제주의 집과 이질적인 풍경으로 확장된다. 조형성의 아름다움을 포기하면서 그녀가 지향하는 것은 ‘보이는 것을 어떻게 사진적으로 담아낼 것인가’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대상의 물성과 사진의 물성이 강조된다. 그녀의 나무와 인물과 집들이 별개로 구분되기보다 중심에서 벗어난 주변과 비주류로 비유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얼굴은 있으나 표정을 읽을 수 없고, 형태는 있으나 복잡하게 뒤엉킨 인물과 나무들은 지금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이렇게 보이게 만든, 눈에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에 대한 은유는 아닐까. 김옥선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사물성”은 가시적 형상들에서 드러난다기 보다 그 형상들 사이의 관계에서 암시된다.. 이제 사진의 출발점이었던 김옥선의 정체성은 남편으로 대표되는 이방인의 정체성에서 사진의 정체성으로 이동한다. 김옥선이 스스로 지긋지긋한 집착이라고 표현한 이 일관된 관심이 〈중간보고서 2016〉을 그 무대로 삼아 끝을 볼 수 있을까? 김옥선이 자신만의 “순수 박물관”을 만들고 난 이후, 모든 것을 비우고 난 이후의 작업은 어떤 것이 될까? 《중간보고서 2016 - 순수 박물관》은 이러한 질문과 기대와 함께 시작된다. / 고은사진미술관
1 여기서 ‘주변’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김옥선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깝게 느낀다는 의미와 중심이나 주류에서 벗어난 변방과 경계에 서 있다는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김옥선, local_songsan178, Digital C-Print, 125x100cm, 2014

©김옥선, minsu and two young men, Digital C-Print, 150x120cm, 2016

©김옥선, lisa, Digital C-Print, 125x100cm, 2009

©김옥선, untitled_yongheung681, Digital C-Print, 150x120cm, 2016

ⓒ 김옥선, leela and her friends, Digital C-Print, 150x120cm, 2010
출처 - 고은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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