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그램
2016년 7월 14일 ~ 2016년 8월 27일
예술가에 의해 재배치되거나 재조합되었을 때 꽃은 저마다의 얼굴, 새로운 ‘화색(花色)’을 드러낸다. 모든 예술적 표현들에서 그런 것처럼, 작가의 예술적 감성이 더해진 사진 작품 속 그 무언가는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그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사물에 대한 습관적 인식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다양한 의미들을 볼 수 있게 한다. 즉, 한 편의 시詩와 같은 음악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화색선율 Visages of Mme. Fiore은 꽃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소재로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김용훈과 Diana Scherer의 작품을 소개한다.
김용훈의 <화병>은 단아한 차림의 한 여인을 닮아있다. 온화하고 맑은 미소를 내보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작가는 그의 렌즈가 바라보고 있는 꽃이 여인의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긴 시간을 기다린다. 그 시간 동안 작가는 한 송이 여인을 곱게 차려 입힐 화병 한 벌을 준비한다. 화려한 아름다움을 뒤춤에 살포시 감추고 있던 그녀는 작가가 직접 준비한 화병을 입는 순간 비로소 은은한 미소를 드러낸다. 작가는 꽃이 가지고 있는 화려한 아름다움만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 아니다. 화병과 꽃이 만나, 그 둘이 함께 만들어내는 순간의 극적인 하모니를 들려준다.
Diana Scherer의 <Nurture Studies>에서는 코르셋을 벗는 여인의 음악이 그려진다. 작가는 어떤 꽃이 피어날 지도 모르는 야생화 씨앗을 모은다. 그리고 나서 그것들은 여러 가지 모양의 화병에 심고 6개월 혹은 1년 정도 정성을 다해 기른다. 하지만 꽃이 만개한 순간, 꽃을 감싸고 있던 화병은 벗겨지고 한 장의 사진이 기록된다. 네덜란드의 저널리스트 플로어 팅아(Floor Tinga)는 화병을 벗겨내는 작가의 행위를 “코르셋을 벗긴다(remove the plant’s corset)” ("A Tender Collector", Nurture Studies, Amsterdam: Van Zoetendaal, 2012)라고 표현한다. 화병이 벗겨지고 나면, 흙 속에 얽히고 설킨 꽃 뿌리가 그것을 감싸고 있던 화병의 모양 그대로 드러난다. '코르셋을 벗기는' 작가의 행위는, 오랜 시간 그 안에 갇혀 야생화인지도 모른 채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한 여인의 삶과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게 한다.
정성스레 준비한 옷 한 벌과 여인의 은은한 미소가 조화를 이루어내는 <화병>에서의 하모니, 한 여인이 삶의 주체로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Nurture Studies>의 스타카토는 모두 ‘꽃’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사진작품들 안에서 꽃은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녀들의 화색은 이미 우리 앞에 음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진이 더 이상 이미지로서 기능하지 않는, 모든 영상이 멈춘 순간에도 그녀들의 화색선율은 그 정지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다이애나 쉐러(Diana Scherer)_Nurture Studies_archival pigment print_50x40cm_2012

다이애나 쉐러(Diana Scherer)_Nurture Studies_archival pigment print_100x80cm_2012

김용훈(Kim Yonghoon)_The Vase_inkjet pigment print_60.96x50.8cm_2016

김용훈(Kim Yonghoon)_The Vase_inkjet pigment print_60.96x50.8cm_2016
출처 - 코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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