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공간
2022년 5월 25일 ~ 2022년 6월 5일
그런 의미에서 이 회화들을, 어쩌면 눈의 감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귀와 손의 감각에서 출발한 것들이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꼬인 손가락이 풀리고 다시 프레이즈가 재개될 때, 작업 또한 함께 풀려나갔다면 그 회화엔 손에 누적된 음악의 추상적 움직임이 내재해있는 것이지 않을까. 아마도 이들은 작가가 연습을 통해 발견하고, 찾아낸 감각의 형상일 것이다.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얻은 그 감각은 무엇이고, 그의 회화에 그 흔적이 남아있을지 이곳저곳 더듬어본다. 그것은 그가 연습 속에서 찾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일지. 혹은 다른 것일지.
그가 여전히 연습하고 있는 〈반음계적 푸가〉와 운동 감각으로 남아있는 핑거링 넘버, 그리고 그 경험들을 거쳐 만들어진 이 회화들의 관계는 어쩌면 음표와 소리의 관계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느슨한 연결고리 속에서 김유진의 회화는 제목도 다른 이야기도 필요치 않은, 추상의 리듬과 운동을 만들어낸다. 매번 같은 피아노 앞으로 되돌아와 악보의 첫 페이지를 펼치듯이, 그는 다시 미색의 종이 앞으로 돌아온다. 그런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형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반복하고 있는 일들의 패턴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들을 더 미세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연습의 목적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내부를 정돈하고, 매일 달라지는 무언가를 조금씩 가다듬는 일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며.
-전시 서문 중 발췌.
참여작가: 김유진
출처: 유영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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