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아트센터
2026년 7월 22일 ~ 2026년 9월 19일
김지아나 개인전: 사라진 것들의 기관, 버려진 것들의 무대
《사라진 것들의 기관, 버려진 감정들의 무대 The Theatre of Phantom Organ》 는 흙과 빛을 통해 존재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관계의 회복을 탐구해 온 제24회 우민미술상 수상작가 김지아나의 개인전이다. 김지아나는 고온에 소성한 단색의 얇은 자기(porcelain) 파편을 캔버스 위에 촘촘히 꽂은 <Inside> 시리즈를 다년간 선보이며, 한국 단색화의 조형성과 물질성을 동시대적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빛에 따라 다변하는 파편의 이미지는 생동하는 느낌을 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과 작품과 맺는 관계성에 대해 사유하도록 유도했다. 이번 전시에서 김지아나는 캔버스라는 평면 지지체에서 벗어나 폐기된 열교환기를 새로운 작업의 지지체로 삼으며, 우리의 사라진 감정 기관을 이야기하는 신작 <Phantom Organ>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인다.
열교환기는 서로 다른 온도의 유체 사이에서 열에너지를 교환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산업 장치다. 일상생활의 냉난방 설비부터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되는 현대 산업의 핵심 장치로 현대 문명을 상징한다. 작가는 아파트 재개발 지역과 공장 단지에 버려진 열교환기를 보며, 더 이상 쓸모 없어진 것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세상에 있어야 할 목적과 타당성이 충족되어야만 존재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가? ‘폐기됨’, ‘사라짐’, ‘잔여물’도 하나의 존재이지 않을까? 종료의 순간이 또 다른 시작의 출발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물음과 함께 작가는 폐열교환기를 오늘날 감정을 최소화한 채 효율과 속도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겹쳐 읽는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우리의 생활 방식과 행동양식은 변해왔으며, 우리가 느끼는 감정 또한 변했다. 가속화와 무한 경쟁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현대인들은 최소한의 필요한 감정만 남겨둔 채 살아간다. 우리의 감정도 쓰이지 못하면 점차 옅어지며 사라진다. 김지아나는 우리 신체에 감정을 생산하는 기관이 있을 거라 가정하고, 작동을 멈춘 감정 기관의 형상을 폐열교환기에 대입한다. 여기서 작가는 우리가 보살피지 못한 감정의 소멸에 대해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감정의 재탄생의 순간, 혹은 그 가능성의 씨앗을 자기 파편을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마치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선박이 바다 생명체의 서식지로 변모하는 것처럼, 종료는 또 다른 시작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며, 우리는 그 존재들과 관계를 새로이 맺게 된다.
제1전시장 중앙에 놓인 <Phantom Organ - The Garden>(2026)은 존재론적 전환을 거친 폐열교환기들이 하나의 생태계와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는 장면을 펼쳐 보인다. 다양한 굵기의 구리선은 천장과 벽, 바닥을 가로지르며 곳곳에 놓인 폐열교환기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에너지와 순환을 매개하던 산업 배관은 이제 존재와 존재를 잇는 관계의 선으로 전환된다. 중앙에 원형으로 깔린 노란색 자기 파편은 마치 생명의 씨앗처럼 새롭게 맺게 될 관계의 시작과 그 잠재성을 상징하며, 폐열교환기들은 더 이상 산업 폐기물이 아닌, 또 다른 생태적 질서 속에서 관계 맺으며 공존하는 존재로 전환된다. 제2전시장에서는 <The Threatre of Phantom Organ>(2026)이 하나의 무대처럼 연출된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조명이 켜지는 순간마다 울려 퍼지는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소리는 마치 무대 위 배우를 호명하는 장면을 연상시키며,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러한 연출은 주변부로 밀려난 폐산업 장치를 다시 우리의 관계 속으로 이끌며, 그들의 존재를 재인식하도록 유도한다.
《사라진 것들의 기관, 버려진 감정들의 무대》에서 작가 김지아나는 기능을 상실한 산업 장치를 하나의 감정 기관으로 전환하며 존재와 관계의 의미를 새롭게 질문한다. 이번 전시는 소멸을 끝이 아닌 또 다른 생성의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주변으로 밀려난 존재들과 다시 관계 맺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아온 감정과 공존의 의미를 되새긴다. 나아가 인간과 사물, 자연과 산업,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순환하는 세계를 제안하며, 존재란 무엇으로 정의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 앞에 놓는다.
참여작가: 김지아나
주최: 우민아트센터
후원: 충청북도, 청주시, 우민재단
출처: 우민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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