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사진미술관
2019년 3월 2일 ~ 2019년 3월 31일
작가노트
(이 작업의 구상은 2014년부터 였으며 촬영 및 동영상 시작은 2016년 1월2일부터 2017년 말까지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문제가 크게 자라잡지 않았을 때 일 뿐 아니라, 내가 대상으로 삼은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도 고용하기 힘든 곳이 대부분이다)
나는 많은 시간을 오래된 낡은 건물이나 사라지는 대상에 시선을 두고 그소멸의 과정을 찍어 왔는데 이들이 사라지는 것이 단지 안타깝다는 생각만은 아니다. 그것은 세상의 이치고 시작이 있는 모든 것들은 끝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존재하고 경쟁하며 살아야 할 대상이 타의에 의해서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세상은 개체가 튼튼해야 안정된 사회라고 본다. 현란한 이상, GNP의 증가, 화려한 빌딩, 몇몇 재벌 상품의 세계화 등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열심히 일하면서 남의 눈치 안 보고 살고자 하는 소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이것이 시민 개개인의 최소한의 행복이 보장되는 복지사회의 꿈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안정된 현실의 꿈이 벼랑 끝에서 무너지고 있다. 동네 주변 상가는 평생을 모아둔 돈으로 비싼 인테리어비를 지불하고 차린 가게가 1,2년이 멀다고 무너지고 있다. 또한 열심히 터를 닦아 놓은 가게가 갑자기 뜨는 동네가 되어 땅값이 부르는 게 값이 되고 그 터를 닦아온 영세 상가는 대책 없이 쫓겨나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사라지는 대상을 찍었지만, 이번에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서 사진과 함께 동영상(45명 참여)으로 만들어보게 되었다. 이들의 진솔한 목소리는 격앙되거나 흥분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의 모습을 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식당업자가 낮에 건설 현장에 가서 일해야 하고, 수십 년 짜장면 집을 운영하는 부부는 딸까지 동원해서 열다섯 시간 이상을 일해야 겨우 밥을 먹고 살고, 금은방과 시계점을 운영하는 부부는 지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몇 안 남은 기술 덕분에 밥을 먹고 산다고 한다. 청과 집 젊은이는 재고와 높은 임대료 걱정을 하더니 인터뷰 후에 문을 닫고 떠나버렸다.
임대차계약 기간인 5년 동안 장사가 잘되고 사람이 모여들면 땅값이 오르고 그러면 집주인이 집을 판다고 나가라고 하고, 손님이 없어서 장사가 안 되면 그 비싼 인테리어비용과 권리금을 까먹고 파산을 하게 된다고 하는 서울 경리단길 우동집 상인의 말에서 자영업자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낮 10시부터 나와서 새벽 1시에 들어가는 일을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장사를 한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던 한 자영업자 부부는 8년 동안 본점 배를 불려주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는 날 없이 일해도 손해를 보는 실정이어서 본전이라도 찾고 빠져나오려고 버텨보다가 마음의 병을 얻고 빚을 진 채 나앉아있는 실정이다.
한때는 작은 가게라도 차려서 당당히 사장님 소리를 듣는 것이 작은 성공이라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장사를 안 하는 것이 남는다는 생각을 가질 만큼 열악한 상황에서 오늘도 문을 닫지도 못하고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계속해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있는가 하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처지에서 그래도 희망을 품고 자영업에 뛰어들어 실패를 보는 서민들을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영업자 개인의 노력이나 운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인구와 함께 우리나라 경제의 자본주의적 모순이며 그동안 위정자들의 안일한 대처와 대기업의 동네 상권침투 등 수 많은 경영 횡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작업은 단순히 힘든 삶의 현장 기록이기에 앞서 함께 생각하는 사회적 고민이고자 한다.
김지연
출처: 서학동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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