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사진미술관
2025년 4월 22일 ~ 2025년 5월 11일
매몰(埋沒)
- 한국전쟁 전후 양민 학살
어린 시절 같은 마을, 혹은 이웃 마을 사람들 사이에 깊은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마을에는 같은 날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바람결에 들었다. 반란군, 빨갱이, 경찰 그런 낱말들만 들렸고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증오는 자식 대까지 물림을 받아 서로 치고받고 했다.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이데올로기만 살아있고 진실과 정의는 죽었다. 제주4.3사건과 여순사건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벌어졌던 잔혹한 양민 살해 사건은 그렇게 묻혀가고 있었다.
이승만 정권에서 행해진 양민 학살은 이념을 핑계로 한 인간 이하의 만행이었으며 오늘도 그 여파가 살아서 날뛰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실익이 없는 상대방 죽이기 행위는 국가를 망하게 하는 일이다.
2012년 전라북도에서 전라남도 경계, 순창에서 담양으로 가는 낯익은 국도에 ‘한국전쟁 전후 양민 피학살자 매몰 지역’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내가 만난 유가족 대표는 손때가 묻어 너덜너덜한 두터운 서류뭉치를 들고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해 법원을 찾아다닌다고 했다. 과연 희생자의 명예는 회복되었는가? 참된 화해는 이루어졌는가?
정쟁보다 실익을, 정부나 당파보다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가 되기를 어느 때보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 김지연 사진작가 작가노트 中
김지연 金池蓮
김지연(金池蓮)은 해방공간인 1948년 광주에서 출생. 70년대에 드라마센터(현 서울예대)에서 연극을 공부하다가 그만두었다. 80년대 말 한국 방송통신대 영어과를 졸업했다. 2002년 ‘정미소’ 개인전을 시작으로 ‘낡은방’ ‘근대화상회’ ‘삼천원의 식사’ ‘자영업자’ ‘영산강’ 등 18회 개인전을 열었고, 2006년 전북 진안에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를 열고 근대유산의 문화 재생산의 첫 사례를 만들었으며, 2013년 전주에 서학동사진관 문화공간을 열어 지역문화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전시 기획으로는 계남정미소와 서학동사진관에서 ‘계남마을 사람들’ ‘작촌 조병희 선생을 기리며’ 용담 위로 나는 새‘ ’시어머니 보따리‘ ’도마‘를 비롯해 ’꽃시절‘ ’택배‘ 등 30여회 기획전을 열어왔다. ‘정미소’와 ‘자영업자’를 비롯해‘ 16권의 사진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감자꽃(열화당), 전라선(열화당), 따뜻한 그늘(눈빛), 등 세 권의 사진 산문집을 냈다. 2020년1월-2022.6월까지 경향신문에 사진과 글 〈따뜻한 그늘〉을 연재했으며, 2025년 현재 다시 오피니언으로 연재를 진행하고 있다.
참여작가: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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