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18년 10월 3일 ~ 2018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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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나는 과거의 무수한 나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무수한 나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존재하는 내가 곧 과거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내가 정확히 그 과거라고 할 수 없는 아이러니 한 현상이다. 이번 전시는 지극히 사적인 ‘나’ 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과 무수한 나로 만들어지는 과정 속 공간의 재현이다. 장소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으로 특정한 지역, 위치, 환경을 의미하고 공간은 그 장소에 시간과 기억이 결합되어 생성되는 심리적, 추상적 상태를 의미한다.
나 스스로의 삶(현실)은 늘 습하고 축축한 습지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습지’라는 언어의 인식은 고통의 늪,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상태나 상황을 비유하는 부정적인 말로 사용하지만 어두운 인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역사적으로 습지에 기대여 살아가고 있으며 수많은 개체의 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나는 마치 그 다양한 생물체 중 하나의 모습으로 오래된 습지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듯 했고, 늘 눈부신 햇살을 그리워하는 나의 심리적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쫓아가는 그곳은 햇살의 영역이지만, 또 다른 소멸을 뜻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존재의 끝없는 욕망과 욕구로 뒤덮인 습지의 이끼처럼 해체된 수건은 테이블 위를 뒤덮고 있다.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 설치작업은 긴 터널과 같은 시간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출입구이자 도입부인 열 개의 샤워커튼이다. 물기가 마르지 않는 욕실에 비치된 수건과 샤워커튼, 스스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준비하는 장소이자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마지막 샤워커튼을 걷어내며 나오는 이미지의 설치물로 천정에서 바닥으로 향한 실뭉치의 덩어리다. 실로 이루어진 덩어리는 존재를 이루고, 그것은 세계이며 주체이자 객체이다. 작업의 형식으로 사용된 기념수건은 존재의 기록을 나타내는 기념의 텍스트를 뜯어내기도 하고 수건의 모양을 해체하여 원래의 모습으로 풀어놓았다. 시간에 따른 기억의 변이, 존재가 소멸했을 장소는 다시 무언가로 자라나고 증식하는 유기체의 모습이다.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욕망으로 인한 좌절은 벽을 가득하게 채운 짙고 검은 블라인드가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엷고 붉은 빛은 또 다른 내러티브를 예고하고 있다.
나의 현재를 설명해 주는 나의 작업이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아하는 무성적인 생식세포인 포자(이끼)처럼, 독립적인 ‘나’ 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원하고 있다.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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