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24년 11월 20일 ~ 2024년 11월 26일
삶의 흔적
최서원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개인에게는 저마다 주어진 삶이 있다. 사람과 동물, 식물 등 숨이 붙어있는 존재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능동적으로 주체적으로 모두 의미가 있다. 이 의미는 주체가 생활하는 주변 환경과 실질적인 요소에 깊이 반영된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는 수많은 변수를 곁에 두며 결코 부동하기를 거부한다. 김지혜 작가는 스스로 이러한 삶의 영향력을 몸소 깨닫고 개인적 경험으로 얻은 시간의 연속성을 작업으로 실천한다. 작가는 익숙하고도 친밀했던 거주 공간이 바뀌며 연고 없는 새로운 곳으로부터 출발하는 시작과 낯선 곳에서 이루어졌던 적응기 또는 과도기를 거쳐 마침내 돌아오게 된 터전에 대한 시각을 작품으로 재해석한다. 그렇게 본인의 발자취와 흔적이 짙게 묻은 정신을 모아 그동안 마주해왔던 삶의 흐름과 사뭇 다른 차원을 생성하고 관객과 작품 고유의 철학을 공유한다.
생을 겪어가는 모든 대상이 으레 그렇듯 태어나면서부터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는 정착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생소한 무언가에 둘러싸이면서 쉴 틈 없는 변화를 감지한다. 작가는 현실을 한 걸음씩 내디디며 짧고 긴 순간들의 결합을 점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찍어 나가는 점은 멀리서 가까이서 전부 선명히 정체성을 주장한다. 마치 이 점은 처음부터 여기 이곳에 찍혀 있어야 함을 당연한 순리로 여겨 온 듯한 절대성마저 느껴진다. 이는 화폭 안에서 형상의 모습을 띠며 지금까지 걸어온 삶을 표상하는 매개로 작용한다. 점은 매우 작고 미세하지만 다량으로 모이면 웅장한 존재감을 나타내며 큰 터치 하나보다 더욱 밀도 있는 깊이를 선사하기도 한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면이 되는 단계적 확장은 작가가 본인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맞닿아 있다. 작업은 분주하고도 한 치 앞을 모를 인생에서 다양한 기억으로 꾸려져 온 단편 조각들이 근본이 되면서 개인의 삶으로 비추어진 거대한 파노라마와 같다. 시각적인 재미에서 나아가 바탕재 위에 그림자 같은 자리를 남기면서 차곡차곡 쌓이는 자국은 단 하나도 허투루 그어지지 않는다. 그 자국은 가령 소중히 간직해 온 지난 사진첩을 꺼냈을 때 바로 펼쳐 볼 수 있는, 말하자면 일정한 페이지의 어느 구석을 채우는 필름인 것이다. 김지혜 작가는 스스로 선택한 생의 방향과 리듬을 응집하여 자아의 존재를 되새긴다. 때로는 고난과 시련이 닥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 있는 땅을 밟고 이 순간을 살아가는 가치가 있음을 고스란히 전한다.
산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오롯이 몸을 맡기는 과정이다. 동시에 몸을 맡기기만 하는 것이 아닌 흘러가는 시간과 동일한 주체가 되어 앞날을 운영해 가는 항해이기도 하다. 각각의 시간과 공간에서 자리하고 있는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오늘의 하루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인 삶은 작품 속 점처럼 깊은 마음 한편에 담백하지만 쉬이 사라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다. 김지혜 작가는 지나온 과거와 현재,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아울러 포용하고 주변의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작업에 임한다. 소리 없이 이어져 오는 작품 세계는 이번 전시에서 많은 이에게 격려와 용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스스로 정체되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딜레마를 거치는 중이라면 작품을 통해 역경을 딛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채 잔잔한 안정감을 선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에 뿌리 내리며 마음을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모색하고 작가가 가져다주는 생의 울림과 파동을 만끽해 보기 바란다.
참여작가: 김지혜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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