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
2015년 9월 4일 ~ 2015년 11월 15일
김태호 : 공간구조를 조작하다
김태호(1948~)는 부산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마친 뒤, 서울에 있는 서울예술고등학교에 다녔다. 이후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고, ’82년 ‘공간판화대상전’에서 대상, ’84년에는 제3회 ‘미술기자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예술세계는 더욱 넓어졌다. 국내외에서 많은 기획전과 초대전에 참가하면서 열정적으로 작품제작을 하였고, 작품발표도 활발하게 했다.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면서 ’87년에 홍익대학교 회화과 교수로 임명받는다. 1970년대 중엽부터 2000년대까지 열적정인 작품제작 활동을 인정받아, 2003년에는 제2회 ‘부일미술대상’(부산일보사 주최)을 수상하게 된다. 아마도 여기에는 부산을 알린 자랑스러운 예술가라는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다. ’77년 첫 개인전에서, 수평선 아래에 숨어있는 인체를 그린 ‘형태’(Form)시리즈를 발표한다. 스프레이로 제작한 이 시기의 작품들은 은행 문에 굳게 내려진 셔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강한 저항의 힘을 간직했을 것 같은 굵은 셔터 뒤에 갇힌 인체는 소통의 단절 혹은 현대인의 고립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다가 의도적인 혹은 기하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직선은 사라지고, 행위의 흔적이 남는 형식으로 그의 작품은 서서히 변모한다. 또 재료가 한지로 바뀌면서 행위를 간직한 흔적의 결과를 담는 작품으로 변화하는데, 곧 '내재율'(Internal Rhythm)시리즈로 진전하게 된다. 따라서 김태호의 작품은 한국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단색화’ 2세대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회화가 그리거나 혹은 표현해야 한다는 의식에서, 회화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도달하게 한 의식전환 때문에 ‘내재율’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행위 혹은 행동이 만든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93년 한지에서 아크릴릭으로 재료가 바뀌면서, 캔버스 표면에 드러나는 형상도 무의식적인 행위의 흔적처럼 보이는 형태에서, 공간구조를 조작하는 제작법으로 변한다. ’95년부터는 ‘내재율’시리즈를 본격적으로 발표하는데 여러 층의 물감을 쌓아올려 행위흔적을 나타내려는 방법이다. 물감을 퇴적시켜 물감을 깎아내고, 또 다시 축적시키고 깎아내면서 행위의 흔적이 누적되는 형식의 결과로 드러나는 작품이 바로 내재율인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캔버스에 작은 그리드(마치 모눈종이처럼)를 설정하고 그것에 따라 물감을 층층이 쌓는다. 물감이 적당히 굳으면 특수 제작된 조각칼로 수직과 수평방향으로 깎아낸다. 작은 그리드 안에 쌓여진 여러 물감 층을 드러나게 하는 과정인 것이다. 작가 김태호의 이런 작업은 캔버스의 공간구조를 새롭게 조작하는 것이다. 그의 ‘내재율’시리즈 작품은 자유롭고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 하나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려는 역동성을 담아낸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캔버스가 세상이고 우주공간이라면, 그 공간을 자신의 방법으로 조작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행위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 바로 김태호의 작품이다.
출처 - 부산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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