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7년 6월 6일 ~ 2017년 6월 11일
김희진. 金順喆. Digital inkjet print. 460*345m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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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부터 2015년까지 대한민국을 살다 간 한 남자가 있다. 이름 金順喆(김순철).
고향이 평안북도 구성인 그는 열다섯 살에 홀로 삼팔선을 넘었고, 6.25전쟁에 참전했다. 생계를 위해 안 해 본 일 없는 청장년기를 보냈고 마흔이 다 되어서야 결혼을 해 1남2녀를 두었다. 몇 번인가 사업 실패로 고전했지만 가족들에게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돌도 안 된 아들에게 세발자전거를 선물했고, 대학 가는 딸들에게는 데모하지 말라 당부했다. 시쳇말로 ‘이제 좀 살만해졌을 때’ 노환과 함께 알츠하이머가 찾아왔다. 생애 마지막 날, 흐릿해지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그가 했던 한 마디는 ‘이 아버지가 부족해서 미안하다…’였다.
사진가 김희진은 그런 ‘金順喆’ 씨의 여식이다. 이번 전시작과 사진집 <金順喆>은 딸이 그 아버지의 생애를 찍고 기록한 것이다. 김희진은, 열다섯 살에 홀로 삼팔선을 넘는 아버지의 등 뒤에서 사진을 찍었다. 후에 무공수훈자가 되게 한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함께 있었다. 가족에게 내색 않고 혼자 사업실패를 감당하며 걷던 날들에 아버지의 걸음도, 알츠하이머로 기억이 지워져가는 늙은 아버지의 시선도 찍었다.
시멘트 블록 위에 버려진 시계, 차도와 인도의 경계선에 주저앉아있는 취객, 신문지가 덮인 채 내놓여진 식당의 배달 쟁반, 날아가는 연... 전시 사진 속 어디에도 金順喆은 없다. 사진집 한 권의 사진들을 다 보아도, 金順喆 씨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알 수 없다.
00540080, 3211151334919, 0185407, 317018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숫자들은 金順喆 씨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거라 짐작할 수 있지만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도 도처에 金順喆이 ‘있다’. 위에 열거한 숫자들이 엄연히 존재했던 金順喆 씨의 환자번호, 주민등록번호, 군번, 납골당번호이듯이, 각각의 사진들은 모두 金順喆 씨의 고단했던 삶의 단편들과 감정들을 은유하고 묘사하고 상징함으로써 그를 호명한다.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과 사라진 존재를 현존하는 사물로 치환하는 방식을 통해 작가는 아버지 金順喆을 기억하고 기록한 것이다.
더 나아가 <金順喆>은 金順喆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로 대변되는 그 시대의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로도 확장된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전쟁이라는 상처와 유신, 민주화 항쟁 등…. 대한민국 현대사를 고스라니 관통했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컨트롤하기엔 역부족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金順喆들의 초상인 것이다. 사진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한 사진가 김희진에 대한 놀라움이 여기에 있다.
김희진의 <金順喆>은 사진집과 함께 6월 6일부터 6월 11일까지 전시된다. 사진책과 독자 사이 접점을 위해 류가헌이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22번째 사진책전시지원이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그 속에 숨어 있는 한 인간의 삶을 추측해 보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즈음 중첩된 이미지들의 잔상이 모여 독자의 아버지를 문득 떠올리기를 바란다.” 사진가의 말이다.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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