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Under Stairs
2020년 6월 9일 ~ 2020년 7월 12일
우리의 기억은 여전히 유효하다
- 6월 특별초대전 <나, 당신, 우리의 6월>展
늘 지금의 시간은 과거가 됩니다.
영화 <타인의 삶>에서 동독 비밀경찰 비즐러는 한 예술인 부부를 감시합니다. 동독 체제에 순응적이었던 그는 도청과 감시를 하면서 시를 읊고 연극을 보고 배우를 사랑합니다. 빈틈없던 한 인간은 예술과 함께하는 삶에 동화되어 그들을 돕기에 이르지요. 결국 타인의 건강한 삶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독일이 통일된 후 그가 도왔던 작가에 의해 그는 다시 새로운 희망을 얻습니다. 자신을 위한 책이 탄생한 것이지요. 이 이야기는 벌써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1987년 6월을 영화로만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 시간 그 자리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예술로써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기억을 기록하는 예술의 광장에서 그 기억은 어떻게 자라날까요. 과거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6월의 기억은 각자의 파편화된 기억으로 있기에는 큰 광장과 우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시대를 살아온 작가들이 모여 6월의 기억을 떠올리고자’ 함께 모였습니다. 9명의 작가들은 1987년과 2017년을 건너 2020년 6월의 현실에서 광장을 불러옵니다. 그 광장은 실제의 광장일 수 있고 가상의 광장일 수 있습니다. ‘6월이 다시 와도’ 변하지 않는 어떤 부정의 모습에 과거를 현재로 불러들입니다. 그들이 예술로 표현하고자 했던 스스로의 ‘자유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기억은 캔버스로, 천으로, 종이로, 설치로 아름답게 또는 불편하게 표현됩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함께했던 광장은 어디 있습니까. 이만하면 되었다, 라고 생각하진 않습니까. 반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입니까. 김시영, 김은숙, 김태순, 김천일, 박영균, 박은태, 서수경, 이선일, 이원석 작가의 작품을 함께 보면서 우리가 꿈꾸었던 1987년 6월 이후의 꿈에 대해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1987년 6월의 기억은 박제되어 과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시간 속에서 반걸음 내딛는 내일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전시 <나, 당신, 우리의 6월>展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거나 작가가 바라보는 광장의 이야기이거나 작가의 좌절이나 희망을 보여줍니다. 영화 <타인의 삶> 속 맹목적으로 국가의 명령에 순응하던 비즐러는 “난 그들의 삶을 훔쳤고 그들은 나의 인생을 바꿨다”라고 말합니다. 예술의 힘은 그렇듯 서서히 스며드는 잔물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987년 6월을 건너 2020년 6월에 떠오르는 우리의 광장에 대해, 조용하고 나직이 떠오르는 기억에 대해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유현아(시인, 전시기획자)
참여작가
김시영, 김은숙, 김태순, 김천일, 박영균, 박은태, 서수경, 이선일, 이원석
출처: 더숲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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