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2018년 2월 11일 ~ 2018년 2월 25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나루세 미키오의 세 영화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방랑기><흐트러지다> DVD 발매를 기념해 나루세 미키오와 오즈 야스지로의 대표작들을 상영하는 특별전을 개최합니다. 두 감독 모두 시네마테크 관객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거장이며 이미 몇 차례 기획전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왔지만, 이번 특별전은 두 거장의 비슷해 보이지만 깊은 층위에선 판이한 두 감독의 세계를 비교하며 더 깊은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나루세 미키오에게 제일 오래 붙어있던 호칭은 ‘제4의 일본 거장’이라는 것입니다. 구로사와 아키라,미조구치 겐지, 오즈 야스지로라는 불세출의 거장이 세상에 소개된 지 한참 지난 뒤 뒤늦게 서구에 알려짐으로써 붙은 별명이지만, 여기엔 미묘한 서열화의 뉘앙스가 담겨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21세기의 한국 시네마테크 관객에게 이 서열화가 이미 무의미해졌음을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의 영화를 뒤늦게라도 챙겨본 시네필들에게 <부운>(나루세)과 <동경이야기>(오즈)의 순위 매기기는 너무나 까다로운 일이 될 것이고, 나루세라는 이름이 미조구치 겐지나 구로사와 아키라 다음에 와야 할 어떤 이유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좀 더 까다로운 문제는 나루세와 오즈의 관계일 것입니다. 두 거장을 데리고 있던 쇼치쿠 영화사의 촬영소장 기도 시로가 “우리에게 두 명의 오즈는 필요 없다.”는 유명한 말로 나루세를 홀대했고, 결국 나루세가 쇼치쿠를 떠나게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당대의 일부 일본영화인들에게 나루세가 ‘오즈의 아류’로 비쳤다는 것인데, 오늘에도 몇몇 평자들이 두 감독의 영화를 일본적 미니멀리즘의 두 지류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오해가 매우 뿌리 깊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이것이 오해라는 사실을 “<부운> 같은 영화는 내가 만들 수 없는 영화”라고 말한 오즈는 오히려 깊이 의식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 서민의 일상사를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 외엔 두 사람은 완전히 다릅니다. 오즈는 광적으로 보일만큼 고도로 양식적인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세계영화사에 오즈만큼 양식화에 집착한 감독은 없을 정도입니다. 오즈의 영화는 그 양식에의 무시무시한 몰두를 빼고 논해질 수 없습니다. 나루세는 그런 면에서 거의 정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그가 추구한 건 모든 양식을 버리고 삶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는 것이었습니다.나루세는 영화사의 거장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단순성을 선택한 사람에 속합니다. 두 감독의 다른 점은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미 한두 차례 만나왔다 해도 두 거장의 차이를 음미하며, 나루세와 오즈의 영화를 한꺼번에 조우하는 것은 행복한 체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에선 오즈의 스타일과 계절과 미소를, 다른 한편에선 나루세의 단순성과 공간과 빛을 다시 한 번 깊이 느껴보시길 기원합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문영
상영작 및 상영시간표
출처 : 영화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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