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산방
2024년 4월 10일 ~ 2024년 4월 21일
죽음은 숭고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전시《바다가 없는 해변은》는 노경민이 느낀 상실과 부조리를 이야기한다. 그는 그가 느낀 당혹스럼을 해소하기 위해 가상의 바다를 상상했고, 스스로 파도가 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노경민은 죽음을 이렇게 말한다.
‘고결하고 숭고해 보이지만, 대게 별 볼 일 없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는 전시장에서 이 동떨어진 죽음을 연결 지으며, 부조리극에서 화해극으로 나아가는 연출을 시도한다.
일견 그는 볼품없는 일상과 죽음이 알고 보면 가치가 있다는, 그런 의미를 전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그의 작업에 서려 있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주목해 본다. 정확히는 죽음의 무게를 덜지 않으며 그것의 실존을 위하는, 무게추로의 부끄러움이다. 혹은 단순히 부담감을 덜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죽음에 무력했던, 동시에 어떤 죽음에는 무관심한, 때로는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이 그랬던 것들을 하나의 실체로 인식하기 위해 작가는 파도를 말한다.
‘파도는 나를 잔잔하게 잠기게 하고, 거칠게 쳐대기도 하며, 내게 부서지기도 한다. 어느새 파도는 나에게 옮겨온다. 나는 파도처럼 잔잔해지고 부유하고, 부서진다.’ -작가노트 중
마치 형태를 아는 것이 곧 이해라는 듯, 노경민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비정형의 대상(죽음이나 바다 등)을 쫓는다. 이들처럼 숭고해야만 하는 것에 부끄럼과 우스꽝스러움이 계속 파도치도록. 그래서 기대와 상반된 결과를 보아도 ‘원래 그렇다’라며 안심할 수 있게 한다. 아마도 그에게 바다는 모든 것의 은유나 원초의 장이 아니다. 아직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서있는 해변에서 만질 수 있는 바다는 파도 뿐이다. 그리고 노경민에게 파도는 부끄러움의 형태다.
작가소개
노경민(b.1996)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각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눈 앞에 펼쳐진 현실과 감각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예술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작업하고 있다.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각과 여러 매체를 통해 실천적인 예술로 표현하고자 한다. 참여 단체전으로 《전국대전_현실유머》(아트스페이스 신사옥, 2024), 《Gridless》(언커먼갤러리, 2024), 《개척자와 부유하는 시》(의외의 조합, 2022)등이 있다.
출처: 무음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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