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기체
2017년 5월 19일 ~ 2017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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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
회화 속에서 ‘뉘앙스’를 발견한다. 별 이유 없이 어떤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나름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빠른 템포로 흘러가는 시간의 점들 속에서 하나의 느리고 예민한 선으로 늘어져버린다.
뉘앙스는 정밀하게 짜인 악보가 아니라 그것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진솔함과 예민함에서 비롯된다. 잘 다듬어진 이성적인 날카로움과 구분되는 감정의 섬세함은 작품들의 모태이고, 그것들은 물감과 붓 터치에 의해 하나의 뉘앙스로 탈바꿈한다. 작가들은 각자 자신만의 생각과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것들은 캔버스 위에서 실현된다. 생각과 관념과 물감 혹은 다른 회화적 재료는 쉽사리 머릿속에서 캔버스 위로 번역될 수 없는 다소 상반되는 두 개의 다른 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은 직관에 의존한 채 공통분모가 존재하지 않는 두 항을 이어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직관과 그림을 그려나가는 행위에 수반되는 예민함은 이미지와 상징성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색, 촉감, 터치들 속에 녹아 들어가며 작가는 지극히 주관적인 회화적 번역작업을 행하게 된다. 따라서 그들의 작품에선 고유한 뉘앙스가 탄생하게 되며, 우리는 바로 여기에 초점을 두고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대체로 작가들은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단지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신 그 자체로 어렴풋한 감정을 풍겨내길 바랄 뿐이다. 어렴풋한 감정의 향기로 관람객들은 미묘한 공감대를 느끼고, 음미하게 될 뿐입니다. 이런 연유로 우리는 알 수 없는 끌림으로 특정 작품 앞에 서게 된다. 특정 작가의 특정한 소설만을 애정 하는 것이 아닌 그의 문체를 따라가며 작가의 다른 책들을 하나 둘씩 읽어 나가듯, 뉘앙스는 부분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 김하나 (작가)
보이지 않는 순간들
‘뉘앙스’를 우리 말로 옮겨보면 ‘미묘한 느낌’ 정도로 표현될 듯하다. 김하나 작가와 갤러리 기체 공동기획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회화의 보이지 않는 순간들에 주목함으로써 ‘뉘앙스’와 연결 지은 몇 가지 질문들과 함께 시작됐다. 먼저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화면의 안과 밖에서 영향을 미치는 상황들이 어떻게 촉발되고, 작용하는가 이다. 이는 특정의 소재나 대상을 선택하는 과정, 화면을 채워나가는 동안 발생하는 즉흥적이거나, 우연적인 순간일 수도 있고, 때로 그것은 작업의 본질적 성격과 방향을 결정짓는 데까지 미친다. 다른 하나는 회화적 형식과 연관되는 작업의 물리적 진행 방식이나 체계 등이다. 눈에 띄는 것은 작가에 따라 형식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접근을 보이거나, 그 반대인 경우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또 ‘회화’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증을 풀어놓다 보면, 보다 가볍게는 작업할 때 캔버스를 바닥에 눕히는지, 아니면 벽에 세우는지부터 작품의 완성을 선언하는 순간들은 어떻게 직감하는가와 같은 사소해 보이는 물음들에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회화’ 자체를 테마로 삼되, 가능한 여러 층위의 사람들이 흥미롭게 관람하고, 공유하고, 참여할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수 차례 사전 논의를 거쳤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전시 기간 중 라운드 테이블 ’회화, 보이지 않는 순간들’을 연다. 전시의 구성에서는 일단 작가 별로 요즘 작업의 상징적 시발점이 되는 작품들과 최근 작업을 대비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작품들을 기계적으로 배치하지 않고, 가능한 서로 섞일 수 있도록 했다. / 윤두현 (갤러리 기체 디렉터)
작가소개
강성은(b.1982)은 주체와 대상이 특정한 시공간적 환경 속에서 만들어내는 지각과 사유에 대해 탐구한다. 집, 밤, 숲, 비닐하우스 등 특정 소재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먹, 연필, 목탄 등의 재료를 통해 집요하게 파고들며, 대면한다. 갤러리조선, 아트선재센터, 이븐더넥, 가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아르코미술관, 금호미술관, 소마드로잉센터, 커먼센터, 인사아트센터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미영(b.1984)은 ‘무엇을 그리는지’보다도 ‘어떻게 바를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청각‧미각‧촉각 등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분위기나 기억의 파편을 캔버스 위에 그려내 공감각적 심상을 전달한다. 물감을 얇거나 두껍게, 빽빽하거나 느슨하게 바르고, 선을 긋거나 물감을 흘리거나 긁어내거나 닦아내는 등 다양한 기법을 화면 위에서 실험한다. 레스빠스 71, 스페이스 챕터투, Sophie’s Tree, 갤러리 도스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스페이스 K, 원앤제이 갤러리, 신한갤러리, 자하미술관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하나(b.1986)는 빙하와 관련된 반추상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신한갤러리 광화문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갤러리 기체, 하이트컬렉션, 커먼센터 외 단체전에 참여했다.
전병구(b.1985)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대상이나 풍경, 장면 등을 회화로 옮긴다. 기본적으로 재현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대상의 리얼리티를 추구하진 않으며,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이미지를 선택해 일상과 비일상, 실재와 허구, 픽셀과 물감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 본연의 형식을 탐구한다. 하이트컬렉션,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커먼센터, 공간 가변크기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황민희(b.1983)는 현대 사회의 보편적인 분위기인 불안, 우울, 공허의 감정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좌절된 인물 혹은 공사 중인 공간에서 느껴지는 불안정한 감정을 통해 작업한다. 신한갤러리 광화문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갤러리 이마주, 아트포럼 뉴게이트, 갤러리 마크, 자작나무 갤러리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오프닝
2017년 5월 18일 오후 5시
출처 : 갤러리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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