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룸8
2025년 10월 2일 ~ 2025년 10월 11일
최기창의 이번 전시는 추석 달빛처럼 소망을 담는 자리다. 그는 삶 속에서 분명히 이름 붙일 수 없는 힘을 더듬으며, 예술이 지닐 수 있는 또 다른 역할을 탐색한다. 대표작 〈호피도〉(2024-2025)는 민화의 자유로운 태도를 이어받아 벽사의 기원을 품고 있다. 재와 물감을 섞어 남긴 호피의 무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액운을 막고 길함을 기원하는 행위의 흔적이다.
여기서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민화가 지닌 ‘용도’라는 화두다. 조선시대 민화는 단순한 장식화가 아니라, 민초들의 기복과 소망을 담아내는 축복의 행위였다. 어진화사를 그리던 도화서 화공들이 생계를 위해 민화를 제작하며 낙관도 서명도 없이 자유롭게 붓을 놀리던 순간처럼, 최기창 역시 전통의 민화를 오늘날 다시 불러내며 그 태도를 이어간다. 그는 민화가 지녔던 자유로움과 상징성 - 화조도, 초충도, 십장생도와 같은 민간신앙적 도상 - 을 현대회화의 언어로 다시 호출한다.
〈호피도〉의 제작 과정에서 작가는 호피 묘사를 정교하게 재현하려 하기보다 수많은 붓질과 우연적 흔적 속에서 본능적 제스처를 유지하려 했다. 그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호랑이 가죽을 그린 그림이 아니라 ‘민화를 그린 그림’으로서 민화적 태도를 따르기 때문이다. 그는 마른 유화물감을 태워 남긴 재를 물감에 섞어 호피 무늬를 남겼는데, 이는 부적에 사용된 경면주사처럼 ‘효험’을 불어넣는 의식적 행위와 유사하다. 전통 민화의 벽사적 기능을 회화 속에 되살려 작품 앞에 선 이들이 액운에서 벗어나고 길함을 얻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최기창의 회화는 그렇게 전통의 상징과 용도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불러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예술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우리의 삶 속 기원과 소망을 품을 수 있을지 되묻게 한다.
참여작가: 최기창
출처: 페이지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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