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앤제이갤러리
2017년 3월 9일 ~ 2017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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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에서 눈치를 보던 어르신이 다가와 묻는다.
"그 뭐하는 겁니까?"
"아! 안녕하세요! 사진 좀 찍고 있습니다"
"난 또 측량하러 온 사람인 줄 알았네. 근데 그 집은 왜 찍어요?"
"글쎄요. 이뻐서요."
"이뻐? 다 쓰러져가서 형편없구만. 그 찍어서 뭐 할라고 합니까?"
"아~ 네~ 자꾸 없어지는 것들이 아쉽기도 하고 또 제 고향집이 생각 나기도 해서 사진으로 기록해두고 모아서 전시도하고 그러려고 합니다. 찍어도 괜찮겠습니까?"
"이상한데 나오고 그러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 저번에도 찍어가던데 그것은 방송에 나왔던가? 또 한번은 여러 사람이 우루루 와서 막 찍기도 하더라만은 그 사람들도 다 전시하려고 했던 사람들인가? 내 보기엔 참 옹삭맞기만한데 희한하네. 하긴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니..." "뭐 찍어가소"
"네~ 고맙습니다. 들어가세요."
시골집에서 살았던 것보다 서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한 곳도 여기 서울에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 속 빼곡히 차 있는 어릴 적 기억은 결코 바뀌지 않는 나의 사투리만큼이나 선명하다.
아마도 서울은 항상 대면하는 현실의 연속인 곳이고, 시골집을 둘러싼 공간은 흔적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가끔 가는 고향 동네는 나의 이전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것들로 가득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물고기 잡고 멱감고 썰매타든 강(江 이지만 내(川)에 가까운)이며, 토끼라고는 한 마리 잡지 못했으면서도 용쓰며 부단히 다니던 산(환석이가 불장난에 홀랑 태워먹기도 했다), 무덤이 있어 낮이든 밤이든 다니기 무서웠던 마을 어귀, 각종 뱀이 가득했던 형훈이네 오두막, 어떻게든 하나 따 먹고 싶어했던 옥분이네 살구나무, 우리집과는 다른 맛이었던 용수형네 감나무, 자치기 구슬치기 비석 맞추기 하던 마을회관 앞 공터, 논, 들…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집도, 시냇물도, 논도, 들도, 산도 사라지고 있다.
추억이 사라지고 있다.
세상은 항상 변하기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비어가는 듯한 이 기분은 자꾸 그 기억들을 들춰내려한다.
어쩌면 그 기억에서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빨리 어른이 되길 바랐던 어릴적 그 마음은 지금은 유효하지 않다.
나의 시선이, 카메라가 그 곳에 머무는 것은 그 추억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제 더 이상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까닭은 아닐런지.
글/김윤호
원앤제이갤러리에서 개최하는 김윤호 개인전 <대성면 재귀리 大成面 再歸里>는 2017년 3월 9일부터 2017년 4월 6일까지 진행된다.
출처 : 원앤제이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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