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7년 7월 19일 ~ 2017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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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필름앤비디오는 전시 '불확정성의 원리' 참여 작가인 왈리드 라드, 호 추 니엔, 권하윤, 재커리 폼왈트의 싱글채널 영상 작품들을 모아 상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특정 시기, 지역, 현상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네 작가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각기 다른 주제와 방법론을 가진 이들의 작품은 공적 역사와 개인의 기억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환상적 리얼리즘의 단편소설들을 썼던 보르헤스의 단편집 『불한당들의 세계사』 서문에서 "스스로의 장치들을 모두 드러내 보이고 남용하는 단계에 이른 모든 예술의 마지막 국면을 바로크라 부르고자 한다"고 썼다. 움직이는 이미지로 생산되는 이야기성의 마지막 국면이 사실성에 대한 고찰을 넘어설 때, 우리는 무엇이 진짜로 일어난 일이었는지 또한 이야기하고 있는 작가가 누구인지조차 헷갈리는 지점에 이를 수 있다. ‘아틀라스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레바논 출신 작가 왈리드 라드의 영상작업 네 편은 보르헤스가 말한 바로크의 미학을 실천했다고 봐도 무방한 작품들이다. 특히 그의 작품 <갈등의 무게는 여전하다>(1999)와 <인질: 바하르 테이프 (#17과 #31)>(2001)의 경우 실제와 허구가 결합해 또 다른 역사를 기록하는 것처럼 보인다. <갈등의 무게는 여전하다>에서 레바논 전쟁에 관한 저명한 역사학자로 불리는 가공의 인물 파들 파쿠리 박사의 이야기, 레바논 보안기관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베이루트 해변 산책로 코니시의 풍경과 같은 자료화면과 텍스트로 지시되는 역사적 사실은 특정 인물, 또는 사건의 진위 여부보다 훨씬 복합적이며 허구적이다. 따라서 사건의 원인은 아득히 먼 어느 시점에 있는지도 모르며, 왈리드 라드의 작품들은 통념의 역사를 부정하고 작품의 주체인 작가의 존재조차 부정하는 거대한 농담처럼 비친다.
싱가포르 작가 호 추 니엔의 영상 작업은 우리가 파악하는 현실의 이미지와 소리 세계를 벗어난 또 다른 현상들을 묘사한다. <미지의 구름>(2011)에서 둔중한 몸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거구의 남자들을 감싸는 정체불명의 하얀 수증기, <죽어가는 자들의 세계>(2009-2012)에서 몸의 물질성을 떠나 죽어가는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누워 있는 닫힌 공간 속에 흐르는 미세한 소리, 이것들은 모두 유령 또는 망령처럼 우리의 세계를 떠도는 어떤 사상들, 존재들을 이야기한다. 이후의 작품 <더 네임>(2015)이나 <더 네임리스>(2015)와 같은 푸티지 작품들도 마찬가지로 말레이 공산당의 역사와 싱가포르 건국의 역사가 교차하는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실존인물들의 미스터리를 통해 가려지거나 소외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이야기한다.
호 추 니엔의 유일한 장편 영화로 2009년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선정되기도 했던 <여기 어디엔가>(2009)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내를 살해하고 정신병원에 수용된 주인공과 함께 이 병원에 수용된 환자들의 이상 행동들을 관찰하게 한다. 19세기 동화, 싱가포르 건국 신화, 유럽 고전주의 화가들의 회화, 록그룹 퀸의 노래 등, 호 추 니엔의 영화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차용하여 알레고리의 세계를 구현한다.
한국의 작가 권하윤은 남북 분단의 역사와 현실을 상징하는 공간인 판문점이나 DMZ처럼 실제 공간을 배경으로 하거나 또는 나이지리아에서 탈출한 소년의 이야기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초현실적인 공간을 재구성하는 일련의 영상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 VR 설치 작품이었던 <489년>(2016), 북한의 선전용 거주지인 기정동 마을에서 영감을 얻어 구성된 허구적 도시의 청사진인 <모델 빌리지>(2014), 프랑스로 망명한 나이지리아 청년이 어린 시절 죽음의 손아귀에서 탈출하는 과거의 순간을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한 <증거부족>(2011)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2D 극장용 버전으로 상영된다. 실험적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인 <증거부족>이나 북한의 거주지를 상상적으로 재현한 <모델 빌리지>는 드로잉 기법 또는 투명한 아크릴로 제작한 듯한 미니어처로 가상의 공간을 창조한다. 또한 <489년>은 실사를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변환한 작품이다. 권하윤의 세 작품은 모두 타인의 기억을 통해 이야기되는 특정 시공간을 공허한 우주에 고립된 채 떠 있는 섬처럼 묘사한다. 관객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건되는 타인의 기억 속 공간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미국 작가 재커리 폼왈트는 자본의 역사와 영화의 탄생 이전 사진술로 기록된 공간의 흔적을 통해 이미지를 분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화폐 가치>(2008)는 화폐 가치의 변동에 따라 가격이 오버프린트 되는 우표 이미지를 분석하며, <이미지의 자본론>(2009)은 자본의 역사를 상징하는 런던의 왕립증권거래소 건물이 담긴 풍경 사진을 분석한다. <언서포티드 트랜짓>(2011)은 중국의 첫 경제특별구인 선전(深圳)의 한 공사 현장과 자본가의 요구에 의해 달리는 말의 발이 공중에 뜬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연속사진을 촬영했던 에드워드 머이브리지의 작업이 역설적으로 관련된다. 재커리 폼왈트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이미지의 상호관련성을 지속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시간과 함께 현실의 움직임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이미지가 바로 자본의 운동성을 나타내는 보이지 않는 흔적임을 증명하려는 시도와 같다.
<또 다른 이야기>를 통해 소개되는 네 작가의 작품들은 해체와 변형, 재구성과 분석을 통해 역사의 총체성을 부정하면서 이미지의 실체란 애당초 허구적으로 가공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우리에게 남긴다.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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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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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0:00 - 21:00
일요일 10:00 - 18:00
관람료 서울관 관람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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