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예술공장
2025년 2월 20일 ~ 2025년 2월 27일
“지난해 로또 복권 판매액이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들 이 늘어나면서 판매액은 해마다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세계일보 2025.01.30.-
로또를 사는 사람들은 매해 증가한다. 2021년 로또 판매액이 5조 원대에 진입한 이후, 2025 년에는 6조 원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을 목격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로또를 구매한 다. 어젯밤 꿈자리가 좋았기 때문에, 궁금해서, 혹은 퇴근길 스트레스를 로또를 사는 행위로 해소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그들의 사연은 다양하지만, 모든 구매의 근본에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감이 집단적으로 팽창하면서 ‘6조 원’이라는 거대한 숫자를 만들어 냈다. 봉천역 시장 인근을 지나면 줄지어 늘어선 복권집이 눈에 띈다. 강남이나 서초 같은 부 촌에 비해 이곳의 평균소득은 낮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복권집은 한 블록 건너 하나씩 자 리하고 있을까?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소시민을 계속 소시민으로 머물게 하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단면일까? (물론 로또 당첨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지만, 1등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다)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리는 전시 <로또물고기와 핑퐁>은 이러한 인간의 기대와 우연성, 그리고 결정론 사이의 긴장감을 탐구한다.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자동 무대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특이하게도 키네틱과 피드백 구조만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연준성 작가는 배우 없는 무대 장치의 설치를 통해 누군가의 흔적이 남은 공간을 조성해, 배우가 사라진 무대에서 잠재 적 단서를 찾는 관객 경험을 설계한다. 박정선 작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실체와 허구가 얽혀 만들어내는 부조리를 조명하며, 영상과 키네틱 요소를 제작해 고요하면서도 불안정한 감각을 시각화한다. 이렇듯 두 작가는 자동 무대극이라는 실험적 형식 속에서 서로의 방법론을 결합하며, 인간이 부재한 극을 제작한다.
이번 전시는 동화 같은 서사와 서사 바깥의 공간이 서로 맞물리며 진행된다. 마치 극중극처럼, 하나의 서사가 끝나면 또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흐름이 이어진다. 우선 동화의 중심에는 인간이 아닌 '로또 용지로 접은 로또물고기'가 등장한다. 자동 무대 위에서 조명과 녹음된 나레이션, 모터, 영상 모니터로 로또물고기의 여정을 전개한다. 로또물고기는 여행중 연어, 소금쟁이, 장구벌레, 송사리 떼, 검은 물고기, 종이배 등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며 대화를 나누게 된다. 상징으로 가득한 로또물고기의 여정은 인간의 기대와 현실, 선택과 무작위성의 관계를 선형적 서사구조를 통해 암묵적으로 드러낸다.
이야기 속 로또물고기는 끝을 알 수 없는 흐름을 따라간다. 자신만의 희망을 설정하며 어딘 가로 향하지만, 결국 그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극은 열린 결말을 향해 나아가며, 로또물고기는 흐름을 따라가다 바다로 보이는 모니터로 흘러 들어간다. 동화 밖으로 떠밀려 간 모니터 속에서 로또물고기는 이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복권의 형태로 펼쳐지고, 이 과정에서 관객은 로또의 시스템이 개인의 희망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사회적 구조 속에서 복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직관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한편의 서사가 끝난 뒤에는, 무대 바깥에서 탁구공 발사기가 작동하며 새로운 전환이 이뤄진다. 로또물고기가 흘러가던 파란판은 어느새 탁구대로 바뀌고, 공은 무작위의 방향으로 발사된다. 일부 공들은 바닥의 물길을 따라 굴러가고, 또 일부는 예측할 수 없는 궤적을 남기며 툭 떨어진다. 이처럼 자동 무대극은 하나의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듯하면서도 또 다른 반복을 예고한다. 로또물고기의 여정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며 순환구조를 만 들어낸다. 마치 기대감이 또 다른 기대감을 계속 낳는 것처럼.
복권용지에 인쇄되는 푸시킨의 시구처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이다. 로또는 단순한 복권이 아니다.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우리가 기대를 걸고 싶은 한 조각의 가능성이며, 욕망과 꿈을 투영하는 행위다. 개인에게 로또는 작은 종잇조각이지만, 그것이 모이면 거대한 집단적 기대감이 된다. 어쩌면 보이지 않던 사회적 심리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일 수도 있다. 이 번 전시는 현시대의 불확실성과 팽창된 기대감을 두 작가의 독창적인 형식(극중극의 마장아빔 형태)으로 시각화한다. 관객은 자동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기계 장치와 로또물고기를 바라보며, 스스로 서사를 이어나가야 한다. 전시에서 우린 자본주의시대 소시민의 희망과 여기서 만들어진 복권이라는 시스템을 뒤집어 펼쳐보고자 한다
참여작가: JSJS (연준성, 박정선)
글: 오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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