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7년 5월 2일 ~ 2017년 5월 14일
류영선, So far, so good! Digital Prin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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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형상을 한 ‘인형(人形)’이어서 일까? 만들거나 그려진 ‘눈’이 아니라 하나의 ‘시선’으로 여겨지는 것은. 흰 드레스를 입고 투명한 크리스털 잔들 사이에 스러지듯 누운 ‘그녀’가 무슨 말인가를 건네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머리만 드러낸 채 담요를 뒤집어쓴 ‘그들’이 담요 속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것은 그저 착청인가?
사진 속 이 인형들의 시선과 대화는, 롤방 바르트가 <카메라 루시다>에서 말한 ‘푼크툼(Punctum 사진을 감상할 때 관객이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의 방식으로, 각기 다른 이야기로 저마다에게 가닿는다. 그래서 사진의 제목 속에 들어있는 ‘far'는, 인형들의 세계라는 낯설고 먼 거리감과 동시에 무한히 큰 공간감의 비유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인형들의 시선과 대화를 전해 듣고 사진으로 기록한 ‘이야기 전달자’는 류영선이다. 뉴욕 스쿨오브 비주얼 아츠(SVA)에서 시각 언어로서의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다양한 기법과 장르의 시각 예술 작업을 해나가는 그의 섬세한 관찰력이 ‘그녀’ 혹은 ‘그들’의 조용한 시선과 대화를 포착한 것이다.
류영선이 지냈던 도시 뉴욕은 금융과 미디어 산업 예술의 중심지이기 이전에 수백만의 이민자들이 800개가 넘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가는 소박한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그곳에는 유럽인들과 남미인들 그리고 유태인까지 오랜 이주문화가 형성시킨 벼룩시장들이 많다. 류영선이 다채롭게 제작된 인형들과 장난감 그리고 다양한 복제예술 콘텐츠에 프린트된 일러스트레이션 속 주인공들을 만난 곳이 바로 그곳이다. 이민자들의 도시 뉴욕의 축소판처럼 보이는 벼룩시장에서 순간순간 자신을 응시하는 인형 때문에 류영선은 몇 번이고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인형들은 번번이 “어이 거기, 잘 지내?”하고 말을 붙여왔다. 그때마다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눌렀다.
그동안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전시작가로 활동해 온 그이기에 색과 선을 사용한 표현법에 더 익숙했지만, 인형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에 펜보다 카메라가 빨랐다. 긴 시간 다듬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는 회화나 판화와 달리, 사진은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여 날 것 그대로 작품이 되었다. 또한 대상을 연출하거나 후에 수정하지 않아도 순간순간 정교한 구도와 색을 표현할 수 있었다. 조형적 재미를 위해 카메라의 촬영 각도만을 조절했을 뿐 어떤 연출도 하지 않고, 인형들이 놓여있던 형상 그대로를 찍었을 뿐인데도 각각의 사진들은 마치 화면배치를 위해 정교하게 연출한 것처럼 보인다. 류영선에게는 그림이 직유적인 표현이라면 사진은 은유적인 표현이다.
류영선 사진전 <So far, so good!>. 이 흥미로운 ‘인형들의 이야기’는 5월 2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갤러리 류가헌 전시 1관에 펼쳐진다.
류영선, Liu Youngsun
류영선은 뉴욕 스쿨오브 비주얼 아츠(SVA)에서 Illustration as Visual Essay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시각 예술가로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최종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완성 할 수만 있다면, 기법과 장르를 인식하지 않고 제작 및 발표해 온 그는 일러스트레이터, 순수 회화 작가 및 사진가 이다. 뉴욕 스트랜드 북스 토트백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최종 20작품에 선정되었으며 크레이티브 커털리, 스리 바이 스리 매거진 및 리치몬드 일러스트레이터스 클럽 등에서 수상과 함께 뉴욕, 시애틀, 버지니아에서 전시를 열었다. 귀국 후 개인전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 받는 문학적 가치가 높은 그림과 글을 발표하기 위한 작품에 열중하며, 그림책 미술평론 연재와 강연회도 진행 중이다. 현재 한성대학교 융복합디자인학부와 평택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출처 : 사진위주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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