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 C
2023년 7월 14일 ~ 2023년 7월 23일
원치 않는 기억이 끈질기게 마음을 침범하여 개인에게 고통을 주는 순간이 있다. 의도적으로 기억을 했든 예기치 않게 촉발되었든, 기억은 스며들어 질식할 것 같은 악취를 풍기며 이를 단순한 과거라 무시할 수 없게 한다. 지친 듯1) 눈을 감고 동공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했다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어지러운 현기증을 느끼며 빠르게 순간들을 잊으려 노력한다. 너무나 곤욕스러워 얼굴을 가리는 순간 이내 씁쓸한 깨달음이 찾아온다. 자신의 성장을 상징하는 이 잊히지 않는 순간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생존. 그것이 성장의 목적이자, 이러한 기억의 무게를 견뎌내는 유일한 명분이다. 우리는 과거의 실수에서 벗어난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표현되지 않은 감정의 오물창만이 남게 된다. 여러 희망과 꿈이 담긴 샘이 아닌 잿빛의 모노톤을 띈 오물창으로 말이다.
매드김의 전시 '개화, 만발'은 이런 시궁창 속에서 피어난 회색 꽃들의 집합을 선보인다. 격정적이고 크리피 한 풍경은 '타자'의 현실을 꽃에 생명으로 불어넣고 그것들로 하여금 공간의 호흡을 순환하게 한다. 다시 한번 생명이 피어나는 듯한 생기 가득한 봄풍경에 침울한 잿빛의 모노톤을 씌운 채로 말이다. 전시장 속 꽃의 향기는 부패로 오염된 풍경을 연상시키는데, 확실한 건 매드김의 상징하는 꽃과 꽃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는 것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에서 우울을 담은 크리피를 전달하지만 받는 쪽에선 평안과 평온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작품들이 인간의 딥프레스함을 깊이 파고든다는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의 현실은 오물이 가득한 시궁창과 같이 점점 더 지저분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매드김의 그림은 이러한 암울한 현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문화 소비를 위한 매개체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은 존재한다. 우리 자신의 고통을 인식하는 것은 절망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치유의 기회이자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만일 이 전시에 공감하고 몰입을 느낀다면 자신을 되돌아보고 궁극적으로 내가 왜 이 지경 되었는가를 시작하여 결론적으론 평안과 평온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1)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안구운동 중 하나. 1987년, 미국 프랜신 샤피로가 개발.
참여작가: 매드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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