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2026년 3월 7일 ~ 2026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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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은 2026년 3월 7일부터 3월 22일까지 섬유 조각, 설치, 퍼포먼스 작업을 해 온 신진 작가 맨디리(Mandy Lee)의 두 번째 개인전 《맨딩룸 Mending Room》을 개최한다. 맨디리는 주변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들 고유의 색감, 형태, 질감에 섬세한 관심을 갖고, 수집한 재료에 자신만의 감정을 덧붙여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고 퍼포먼스 작업을 해 왔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오브제는 오색찬란한 색감, 어지러운 질감, 유기적인 형태가 뒤엉켜 불규칙하지만, 조각끼리 서로를 지탱하며 견고한 상태로 존재한다. 작가는 작은 조각을 쌓거나 덧댄 대형 설치를 통해 주로 불안정함 속에서 역설적인 안정감이 엿보이는 장면을 연출했다.
맨디리는 이집트, 이탈리아, 한국 등을 오가며 유목적인 삶을 살았다. 때론 잦은 이주, 경쟁 사회 속 정서적 고립, 작가로서의 생존 등 현실적인 문제가 그를 불안하게 했지만, 작가는 즉흥적인 조형 실험을 통해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고 행복, 연대, 새로운 잠재성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 이집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즐겨하던 밀가루 반죽 놀이에 대한 기억, 밀라노 유학 시절 시장에서 보았던 과일의 다채로운 색감과 그것을 보고 기록하며 느꼈던 소박한 행복 등.... 다양한 시간과 장소에서 느낀 찰나의 소중한 감정이 꾸준한 창작의 동력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맨디리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노원구 상계동 태양빌라에 다시 입주하며 낡은 부분을 손수 수선(mending)한 경험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집의 해진 단면을 더듬어 가며 이미지를 수집했다. 포착한 흔적을 확대해 원단 위에 전사하고, 밀랍 처리와 자수 작업을 거친다. 균열이 난 자취를 따라 재봉질하며 유년의 시간과 현재 사이에 벌어진 틈을 물질의 차원에서 꿰었다. 그리고는 천 표면에서 이뤄지던 수선 행위에 신체성을 결합해 고정과 해체의 범위를 공간 전체로 확장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 모아온 섬유 조각을 덧대어 하나의 거대한 직물 구조로 엮어낸 뒤, 밀랍을 입혀 꿰매기를 반복한다. 엉겨 붙은 재료와 바느질 궤적이 길이 되어 비정형의 직물에 잠정적인 구조가 생긴다. 작가는 이 평면의 구조체를 온몸으로 끌어안아 구기고 일그러뜨린다. 바닥에 납작하게 놓여 있던 직물은 중력에 맞서 서서히 솟아오르고, 마침내 기립하는 덩어리가 되어 공간을 점유한다.
한편, 여기서 조각을 지탱하는 밀랍은 견고하면서도 취약한 상충된 물성을 갖고 있다. 조각 내부에 설치된 조명에서 새어나오는 빛은 섬유의 성긴 결을 투사해 천 표면의 주름과 봉합의 흔적을 비추지만, 반대로 구조를 지탱하는 밀랍을 녹여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파열과 봉합, 기립과 붕괴의 기로에서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맨딩룸’에는 작업 초기부터 천을 사용하며 ‘수선’을 주요한 방법론으로 개발해 온 맨디리 작업 세계의 핵심이 녹아있다. 작가에게 수선이란 상처의 올이 풀려나가는 그 위태로운 순간을 온몸으로 붙드는 지연의 기술에 가깝다. 무엇이든 매끈함을 추구하는 세계 위에서 미끄러짐을 거듭하며 균열 사이를 표류하고, 그곳을 굳히고, 녹이고, 접고, 구기고, 꿰매는 집요한 손길은 매끄러움으로 회귀하려는 시대적 흐름에 맞서는 ‘수선자’로서 작가의 태도이다.
이번 전시 처음 발표하는 ‘태양빌라’ 시리즈는 동명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가는 재입주한 태양빌라를 작업실로 사용하며 수시로 수선한 공간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전시 종료 후에도 계속되는 현재 진행형의 태양빌라 프로젝트는 맨디리가 꿈꾸는 진정한 ‘맨딩룸’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 경과를 기록한 출판물을 발간할 예정이다.
기획: 윤혜린
작가: 맨디리
그래픽 디자인: 송이영
설치 도움: 장시재, 조수연
사진: 남서원, 김해인
출처: 팩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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