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치유허브 갤러리맺음
2015년 8월 24일 ~ 2015년 9월 4일
박스는 어떤 물건을 보호하고 포장한다. 그 물건은 일상으로 들어와 새로운 기억을 남기고 추억을 새긴다. 반면 물건을 내뱉은 박스는 더 이상의 역할을 상실한다. 물건이 안에 있을 때와 밖에 있을 때, 공간적인 이동으로 인해 그 역할은 끝을 다한다.
내뱉어진 물건들도 용도가 다 끝나면 이제 기억에만 남는다. 대공원의 풍선, 물놀이용 튜브, 크리스마스 트리, 손때 묻은 사전 등등…. 이러한 물건들은 재미나고, 슬프고, 가슴 아팠던 기억들과 쓰디쓴 기억들이 새겨져 그 때가 지나면 손에서 멀어지고 버려질 운명이 된다.
하지만 박스들은 다시 또 길거리를 헤매는 누군가에겐 집이 되기도 한다. 안식처가 된다. 버려질 운명의 박스 안에 물건들을 담는다. 기억이 서려있는, 하지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들이다. 박스에 담긴 물건들은 박스와 함께 버려질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안식처가 되었듯 다시 선택되어 재사용 될까?
나의 가장 큰 관심은 ‘관계’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의 소외를 생각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싶은 여성들에서, 버려지고 상처 받아도 하염없이 기다리는 유기견에서, 이제는 잊혀지고 사라질 기억들을 박스를 통해 표현한다.
방안 가득 겹겹이 쌓여있는 박스 안에 기억들을 담아보았다.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어디론가 사라지고 기억에서도 잊혀진다. 한때 소중했던 그 어떤 것들도 퇴색되고 스러진다. 무한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했던 그 순간들을 그린다.
출처 - 성북예술창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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