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프로젝트 서울
2024년 7월 31일 ~ 2024년 8월 10일
시소 타기
떠오르고, 다시 내려가서 땅을 딛는 것의 반복.
한 지점과 다른 지점을 잇는, 그리고 그 지점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중심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을 생각해 보 자. 이 단순한 도식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나와 타인의 위치를 중심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 각자의 전략을 가진 하나와 다른 하 나는, 같은 것이 되지 못하고 그저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중심을 가늠해가면서 가까워지기만 할 뿐이다. 오르내리는 반대들에 성급히 다가가거나 멀어지면 한쪽은 갑자기 바닥에 부딪히게 된다. 또 불현듯 그만 두어 버린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시소에 올라탄다는 것은 이처럼 위태로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위태로움을 견디고 누군가가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땅을 박차고 올 라갔다 다시 내려와 발을 디디는, 이런 긴장의 반복은 즐거움이 된다. 관계는, 그러므로 균형을 잡아 나가는 과정이다.
문예원은 관계에서 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태도를 다룬다. 작가는 키우던 배추를 자리를 비운 사이 잃었던 경험에서 출발하 여 관계에 대한 단상을 이미지, 텍스트를 병치한 영상으로 나타낸다.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순간은 삶 속에서 속도를 맞춰가 고 싶다는 개인적 소회로 드러난다. 한편 그런 태도들은 점차 관계 일반에 대한 관찰의 결과인 몸짓들, 즉 손짓의 표현으로 이 어진다. 맞잡고 싶은 손의 변화를 담은 늘어진 드로잉은 감기지 않은 필름 같아서, 루프되는 영상과 함께 끊임없이 닿고자 하 는 움직임을 말한다. 처음과 끝이 불확실한 영상은 가까워질 듯하면서도 끝끝내 잡을 수 없는 어떤 것들과 ‘나’의 관계를 그린 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손은 반대편에서 맞잡아 주기를, 다가오기를 바라는 기다림의 굴레에 있다. 이것은 언뜻 불공평해 보 인다.
이한나는 관계 자체가 아닌, 그런 관계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내면의 양가적인 감정을 파고들어 다이빙의 순간으로 포착한다. 작업은 – 다이빙대에 올라가 숨을 고르고, 도움닫기 후 뛰어내렸다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 일련의 행위에서 특정한 어떤 순간을 포착한다. 그 순간은 다이빙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극단적인 감정의 변화를 초래한다. 폭발할 것 같은 긴장의 순간, 숨을 고르고 뛰어내리는 행위는 어쩌면 나와 다른 상대에게 뛰어들고자 하는 관계의 은유 같다. 작가는 움직임과 그것을 구성 하는 몸의 근육, 신체의 일부를 통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소처럼 포지티브와 네거티브를 오가는 감정의 극단을 온전히 받아들 인다. 떼어낼 수 없는 ‘나’의 일부를 균형 잡는 방법으로서. 이런 과정을 통해 감정의 주체는 세계 속에서 스스로를 가다듬는 준 비된 몸으로 거듭난다.
문예원과 이한나의 균형잡기는 즐거움, 일상적 삶의 영위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절박해 보인다. 휘젓는 손짓과 긴장이 도드라 진 발의 모양은, 어쩌면 세계와 나라는 궤도에서 벗어나는 편이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 에도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어떤 가치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스스로를 바로 세운다는 것,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내밀어진 손 을 맞잡으려고 애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절박함은 타인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홀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세계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희망이다. “이유를 찾기 위해 골똘히 캐묻는 채굴(採掘)이었던 이 몸짓은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들을 향해 넓게 팔을 뻗치는 몸짓이 된다.”1
손하늘
1 빌렘 플루서, 『몸짓들: 현상학 시론』, 안규철 역, 2018, 워크룸프레스, p. 230.
참여작가: 문예원, 이한나
출처: 레이프로젝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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