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플래닛
2015년 6월 18일 ~ 2015년 7월 18일
Overlapped Sensibility; Birds(The detail of Installation)_Ceramic, white cement, acrylic on wood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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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플래닛은 감성의 중첩과 재인식 과정을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작업으로 풀어내는 민성홍의 개인전 <Overlapped Sensibility: Carousel>을 오는 6월 18일부터 7월 18일까지 개최한다. 민성홍은 개개인이 새로운 상황과 환경에서 경험하게 되는 신체적, 감성적 변화를 자신의 기억과 스토리들을 바탕으로 특정 사물에 비유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 왔다. 구체적으로 그는 수집된 이미지나 대상을 찢거나 부수거나 재조립함으로써 ‘Overlapped Sensibility’, 즉 중첩되고 재인식된 자신의 감성을 표현한다. 대형 설치 작품 한 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2014년 각각의 형상들의 변화에 집중했던 설치작업 ‘Overlapped Sensibility: Bird’의 연장선으로, 여기에 ‘Carousel(회전목마)’이라는 상징적 공간구조를 설정해 사회 환경 내에서의 상호관계성을 강조한다. 특히 오르골 사운드와 함께 회전하도록 설계된 Carousel은 독특한 연극적 분위기를 연출하며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먼저 이번 전시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한 부분인 새의 형상들은 일종의 비유적 표현으로, 환경적 영향에 따라 변화를 경험하는 작가 자신 또는 사회구성체들을 대변한다. 이는 여러 나라와 도시로의 이사를 수 차례 반복하며 매번 낯선 환경과 충돌하고 이에 적응하며 자신과 환경 사이의 관계,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때 나타나는 인식과정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민성홍이 새의 부리에 주목한 이유는 그것의 형태가 새들의 먹이 습성이나 기후, 환경에 밀접한 영향을 받으며 각기 다른 형태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독수리처럼 사냥을 하는 새들은 뾰족한 부리를, 곡물을 먹는 새들은 대체로 짧고 두꺼운 형태의 부리를 갖고 있으며, 물가에 사는 새들은 물속의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길고 곧은 부리를 갖게 되었다. 이렇게 환경에 맞게 진화된 새의 부리 형상은 사회 환경 속에서 상호관계를 맺으면서 겪게 되는 인간의 신체적, 감성적, 개념적 변화를 은유적으로 상징한다. 구체적으로 작가는 새의 머리 형상을 도자기로 만들어 깨트리고 다시 붙이는 과정을 거쳐 완성한다. 깨지기 쉬운 도자기는 상처받기 쉬운 인간의 감성과 닿아 있고, 재조합과정을 거쳐 완성된, 본래와는 조금 다른 형상은 재인식되고 중첩된 작가의 기억 혹은 감성을 상징한다. 새의 머리 형상을 지지하는 기하학적인 나무 구조체들은 주변에 버려진 가구나 옷걸이 등의 일상용품을 활용해 만든 것으로 구상적인 형상의 새의 머리와 대비되면서 개개인의 고유 정체성을 추상적으로 형상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각기 다른 30여 개의 새머리 형상들은 지름 3.4m, 높이 2.8m 가량의 회전무대 가운데에 자리하게 된다. 1분에 1회전을 하는 이 원형의 무대는 회전목마, 즉 Carousel을 연상시키는 구조와 장식적인 형태를 갖고 있다. Carousel은 작가가 새의 형상으로 표현된 개별존재들이 종속될 수 밖에 없는 인생이라는 큰 틀을 비유하기 위해 차용한 의미적 상징공간이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과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인생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일정방향으로 끊임없이 돌면서 수직으로 움직이는 회전목마와 닮아 있다. 작가는 회전목마에 대한 인생의 비유를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전한다.
우리네 인생은 회전목마와 비슷하다. 정해진 장소를 정해진 속도로 돌고 있을 뿐이다. 아무데도 갈 수 없고, 내릴 수도 갈아탈 수도 없다. 누구를 따라잡을 수도 없고, 누구에게 따라 잡히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회전목마 위에서 가상의 적을 향해 치열한 데드히트(dead heat-경주에서 두 선수가 결승선을 동시에 통과하게 된 것)를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라카미 하루키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서문 중에서
작가가 Carousel에 매료된 것은 인생에 대한 이 같은 상징성 때문이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용도에서 고안된 Carousel의 기원 때문이기도 하다. ‘작은 전투’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carosella’에서 유래한 Carousel은 12세기 유럽과 중동의 기사들이 말모형에 줄을 매달아 돌리면서 그 위에서 전투 훈련을 했던 것에서 유래한다. 18세기 이후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서 기사들의 전쟁 연습용이었던 Carousel은 다양한 장식이 더해지고 오르골 같은 사운드가 추가되면서 아이들의 놀이기구로 바뀐 것이다. 민성홍의 <Overlapped Sensibility: Carousel>이 이야기 거리가 담긴 놀이기구를 떠올리게 하면서 동시에 효수당한 전쟁 포로를 연상시키는 것은 이런 역사 때문일까? 어쩌면 Carousel은 그 자체가 새의 부리처럼 환경과의 상호 관계성에 따라 진화한 또 다른 개별 존재일 것이다.
주변의 사물이 그저 사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우리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민성홍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Overlapped Sensibility’ 시리즈를 전개해 나갈 것이다. 개별 존재에서 보다 구조적인 환경적 공간으로 확장된 <Overlapped Sensibility: Carousel>은 움직임과 사운드가 더해져 이전보다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다양한 시각, 청각적 요소는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해 보는 이에게 풍부한 볼거리와 상상의 여지를 안겨준다. 갤러리 플래닛에서의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의 내면에 숨겨진 감성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민성홍_Overlappled Sensibility_ Carousel(작업스케치)_Ceramic, acrylic on wood, steel, FRP, wood, motor, fabric, light_340x340x280cm_2015

Overlapped Sensibility; Birds(Installation view)_Ceramic, white cement, acrylic on wood_2014
출처 - 갤러리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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