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예술공장
2017년 8월 2일 ~ 2017년 8월 12일
민성홍 개인전 <Rolling on the ground>는 외부 자극과 변화로 인해 갈등과 고민이 극대화된 현대인의 처지와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가시화한 공간 설치 작업이다. 일상의 삶은 우리에게 다른 영역보다 우선하면서 동시에 제약으로 작용하는 요소이다. 그중 작가는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위치가 이동되면서, 불공정한 시스템으로 인해 잃거나 버려야만 했던 어떠한 물건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상호관계와 정체성을 얘기한다. 이렇게 남겨진 물건들을 개개인의 기억과 기능을 상실한 허물로 상정한 작가는, 내적 갈등을 가져오는 현실의 제약까지도 소중한 삶의 일부임을 작업으로 피력한다.
그는 사람들이 버린 가구나 생활 집기, 옷걸이 등에 바퀴를 달아 제작된 무대 위로 이동시킨 후 작가, 무용수, 관람객과 함께 그것을 움직인다. 그러면서 대상 하나하나가 지닌 의미와 내부 구조는 물론 외부 상황과의 연결점과 관계성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 관람객들이 연출된 무대 공간과 오브제들의 상황적 관계성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미술에 있어 작가와 대상, 재료와 시각적 결과물들 사이에 위치한 개념 또는 상징적 과정에 서로 개입되는 방식을 그는 적나라하게 선뵌다.
전시는 폭 3.4m의 다양한 색의 커튼으로 둘러진 가로 세로 폭 8m의 8각형 무대 위에 제작된 오브제 설치로 구성되는데, 각 오브제는 공간과 구조적 관계가 드러나도록 연출된다. 그렇게 설치된 작품 옆엔 총 5개의 오브제와 무대에서 춤을 춘 과정을 기록한 영상 <다시락(多侍樂)>이 상영된다. 이는 <Rolling on the ground>가 <Overlapped Sensibility: 다시락(多侍樂)>의 연장 프로젝트임을 설명하는 것이며 시간을 거스르며 휘발되는 감성을 집결시키는 과정이다. 사람들이 떠나면서 버린 산수화 액자를 변형시켜, 바퀴가 달린 만화경을 만든 작가는 전시 공간 곳곳에 그것들을 놓아둠으로써 그것을 통해 비현실적 풍경(건축 현장 가림 벽에 그려진 풍경 벽화)을 바라보게 한다. 뿐만 아니다. 이 과정에 사운드까지 더해지며 연극적 상황은 극대 된다.
사운드는 ‘일련의 절차’를 따른 것이다. 자체적으로 물건을 분석하고 해석한 뒤, 감정의 흐름을 결정하고 그 감정을 구현하기 위해 계획된 소리들을 민성홍은 만들었다. 작가는 이 소리를 완성하기 위해 물리적, 심리적으로 가장 적절한 방식을 계획하고 이 과정을 ‘반복’, ‘훈련’하여 음을 수집했다. 일련의 규칙과 정해진 상황을 전제로 소리를 만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개인과 시스템 그리고 기억과 현재의 의미에 집중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유희와 아름다움을 조명한다. 계획된 상황과 즉각적인 현상을 직접 경험하는 관람객들에게 작품은 새로운 인식의 통로를 선사한다.
줄곧 해체와 접합으로 개인과 주변 환경의 관계를 인식해 온 민성홍. 다양한 종의 새 머리를 인간 군상에 대한 은유로 사용하면서 접합과 분리를 형식으로 택했던 그는 지난해 경기도미술관에서 선보인 <Overlapped Sensibility: 다시락(多侍樂)>을 통해 지금까지의 작업 계기와 동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그때, 어쩔 수 없이 이주를 선택하고 다른 곳으로 떠났던 사람들의 ‘이동’ 행위를 작업에 불러들였다. 그들이 떠날 때 버린 물건들을 이동 가능한 사물로 조합한 것이다. 이처럼 만들어진 구조체들은 새로운 역할을 지니며 부정적 흔적을 걷어낸다. ‘다시래기’ 굿에서 비롯된 ‘다시락’이란 제목이 암시하듯 상실의 슬픔을 넘어서 새로운 시작과 탄생을 의미하는 순환 방식을 그는 선택한 것이다.
한편 전시 제목 ‘Rolling on the ground’는 어떤 사물이 바닥을 구르며 조금씩 상황에 맞춰 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물을 굴리는 또는 이동시키는 반복적 행위 과정에서 ‘주체’와 ‘객체’는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로써 대상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태도를 전복시키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케 함으로써 마침내 그 둘이 균형을 이룰 수 있음을 작가는 피력한다.
미국 저술가 데이비드 리바이 스트라우스(David Levi Strauss)는 그의 저서 『From Head to Hand: Art and the Manual』(2010)에서 “우리는 노동과 손이 주는 즐거움을 통해 대상을 파악함으로써 그것을 이해한다. 또한 반복적으로 지각을 통해 개념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쪽이 지나치게 강조가 될 경우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강조한다. 민성홍 작품의 저력 중 하나는 인간과 노동의 관계를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관계로 놓으며 동시에 그 둘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데 있다. 언제부터인가 몸의 사유가 집적된 물성보다 눈을 현혹시키는 이미지가 과다 출현하는 요즘, 그래서 그의 작품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민성홍이 만들어내는 조형과 설치의 생경한 풍경은 관람객에게 시각적 만족을 주는 동시에 감각의 착란을 일으키게 만들며 또 아이러니하게도 나 혹은 우리의 기억을 투영시킨다.
작품을 보고 난 후 궁금한 게 없을 정도로 이해된다면 그건 행복일까 아님 비극일까. 민성홍이 풀어내는 줄거리는 쉬이 질리지 않는다. 자극 없이도 밤이 새도록 곱씹을 수 있는 노래 같다. 이런 그의 작품을 보고 난 후 마음 한구석에 아련함과 섭섭함을 느껴진다면 그건 버려진 오브제와 이를 각색한 한 작가의 재주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의도적으로 잊었던 우리 기억 속 고군분투를 엿보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현재와 과거를 병렬적으로 재현하는 민성홍, 그의 작품은 과거를 직시하게 하는 신묘한 힘을 발휘한다.
정일주 <퍼블릭아트> 편집장
출처 : 문래예술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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