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파도
2022년 1월 27일 ~ 2022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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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적 점유: 택티컬 모뉴먼츠>는 근대도시계획의 한계점과 실패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한 실천적 도시계획 이론인 택티컬 어바니즘과 맥락을 함께 한다. 이는 기존에 장기적 관점으로 거대 자본을 투입하여 고정성이 담보된 하드웨어를 지향하는 도시와 건축공간이 법, 허가, 반영구성을 기본으로 하는 것에 비해 비공식적, 가설적, 무허가, 실천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최소한의 자본을 지닌 채 게릴라 전술로 접근한 후 실천적 행위를 통해 조금씩 도시를 바꾸어 나가며 가설 공간의 실증적 실험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실험전은 자본에 의한 물리적인 규모의 척도로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이 아닌 휘발성을 지니는 소규모의 여러 방식을 통해 일시적이지만 합법적인 점유의 가능성을 도모하고자 한다. 기존의 모뉴먼트가 물리적 견고함과 숭고함, 고정된 장소성을 전제로 했을 때, 이것에 전술적 방법론이 더해지면 언제든 설치와 철수가 가능하며 동시에 장소특정적(종속적)인 기념비의 특성을 탈피한다. 따라서 이번 실험의 무대가 되는 전시공간은 -기존의 하드웨어적 공간에서 택티컬어바니즘의 주된 무대가 되는 스트릿으로- 공간을 옮겨가는 경계에 놓여진 전이공간이자 완충공간의 역할을 하게 된다.
공간이라는 추상적 대상은 사용자나 향유자의 방어기제적 표상이기도 하며, 주체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기 위한 최초의 교두보이자 최후의 보루인 이유로 인해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가 부득이하게 원할 수 밖에 없는 애증의 관계이다. 분명 대도시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누군가가 넘겨준 무기(武器 (명사): 어떤 일을 하거나 이루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나 도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가 없거나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개인화기가 없다면‘온전한 맨주먹만으로는’한뼘의 땅을 가지기조차 꿈과도 같은 전시상황 속에서, 일시적이지만 합법적으로 온전히 한 공간을 점유하기 위한 전술적 모뉴먼트의 형태들을 실험하고자 한다. 예로부터 전장은 승패여부를 떠나 최신무기의 실험장이 되어왔고, 이번 실험전은 그런 전장에 나서기에 앞서 일시적 점유를 위한 전술을 펼칠수 있는 오브제들의 최소화된 방위산업전(Defense & Security Expo)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흔히 전략이 큰 계획과 장기적인 목표를 나타내고 전술은 당장에 처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싸움의 기술이라고 보았을 때, 우리는 각개의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이에 따른 전략도, 전술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일수록 생존을 위한 단 하나의 개인화기는 절실하며 이것이 이들에게 있어 최소한의 전술적 단위이자 실천적 도구가 된다. 단지 공간에 대한 영역표시를 취하는 것을 넘어서 이러한 오브제들은 각자의 심리적 상황들에 근거해 공간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대응하며 자신의 자리를 사수하게 되는데, 이를 절대적인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지금의 상황에 빗대어 보자면 많은 빈자, 소수자, 젠더 이해관 계에 놓인 이들이 각자의 전술들을 통해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 다름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어떤 개인이 그의 노력만으로는 타파할 수 없는, 현재의 절박한 상황까지 이르게 된 부득이한 과정들은 언제나 현재의 행동에 명분을 조금이나마 부여해서 그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뒤늦은 출발이라는 이유만으로 온전한 자신의 영역이 없어지고 이로 인해 영원하게 운명이 결정지어진 자들은 새로운 영역을 전술적인 접근을 통해서라도 조금씩 확보해 나가야 한다. 설령 이를 연민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고 하더라도 급진적이거나 광기로 치닫지 않는 한 합법적인 방법으로의 정신승리를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유와 영역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다보면 결국은 공간과 땅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과 당착하게 된다. 바로 여기서 공간과 땅의 점유와 해방을 위한 실천적 행동들이 최소한의 단순한 움직임, 최소로 절제되어 퍼지는 빛, 보이지 않는 길고 빠른 사선(射線)등으로 작업에서 나타난다. 특히 이 사선은 격발 후 펠릿이 피사체被射體에 닿기까지의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게 되는데, 펠릿이 지나가는 길목인 사거리射距離 내에 포함된 영역은‘정작 땅은 허락하지도 않은 인간의 소유권’에 대한 물음을 낳는다. 이는 땅은 애초에 누구의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점유하여 서로가 소유권을 주장 하게 된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 지점에서 바로 일시적인 점유는 그 순간 땅이라는 존재의 일시적이지만 완전한 해방 을 만들어낸다. 땅은 모두의 어머니이자 모든 것을 내어주지만 어머니라는 존재의 휴식에 대하여 그 누구도 생각해보지 않는 인간의 맹점에 대한 성찰과 해방의 선언이다. 따라서 모뉴먼트는 점유를 위한 무기이자 해방을 위한 도구라는 양가적인 특성을 지닌 오브제가 된다. 이 모뉴먼트들이 땅을 어떠한 소유로부터 해방시켜준다는 믿음이 오히려 오브제들을 다시 제의적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일지라 하더라도 그렇게 믿고 싶은 대상이 필요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며, 어느 누구의 소유에서도 자유로운 땅이란 인류의 역사에서 언제가 되어야 존재할지 모르지만 물리적 공간이 지니는 절대성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시대인 지금부터가 바로 그 시작점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참여작가: 밈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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