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림
2016년 5월 28일 ~ 2016년 5월 31일
일린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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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에서 오랜만에 전시 소식 알려드리네요. 5월 28일 (토) 7시 30분 오프닝입니다. 8시에는 사운드 퍼포먼스가 있습니다. 선선한 테라스, 시원한 맥주, 좋은 음악, 재밌는 전시, 함께해주세요!
B-cone
이것은 작가 B-cone의 작품 매체와 재료에서 볼 수 있는 말입니다. 작가 B-cone은 4월부터 두달동안 바림에서 체류하는 4명의 작가 중 한명으로, 광주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가명을 쓰고, 웹사이트도 없는 작가입니다. 그 이유는 밑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B-cone의 작업에는 생명과 그 생명에 다가가는 (혹은 다루는)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과정들이 담겨있는데,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생명'이라는 보편적이고 초국가적인 개념과, '합법과 불법'이라는 국가와 문화마다 서로 다른 사회적 잣대가, 작품안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명을 잃은 생명체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이며, 그 생명을 잃는 방식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예술가는 이 생명과 죽음이라는 문제에 얼만큼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며, 그 자유는 법치라는 이름아래에서 어디까지 구속될 수 있을까요? 이 작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국가에서는 '불법'으로 불리울 수 있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 작품을 전혀 반대되는 관점으로 본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지점은 생명체의 '사후'를 그리는 작가의 표현방식입니다. B-cone은 입체적인 생명체와 그 배경이 되는 공간에서 최대한 입체의 원근법을 지웁니다. 언뜻보면 예전 네덜란드의 그로테스크한 정물화(Vanitas)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헐리우드의 고어물 특수효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B-cone이 영상을 위해 만드는 배경과 그 영상의 대상이 되는 머리, 다리, 뼈, 살과 같은 것들은 작가가 섬세하게 연출하는 어두움과 빛, 구도를 통해 평면으로 변모합니다. 이러한 입체와 평면의 착각은 리얼리티의 문제에도 재미있는 화두를 던집니다. 우리는 보통 가짜가 진짜같아 보일때 리얼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이미 죽은 생명체가 작가의 서사에 따라 영상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에 우리는 여전히 '리얼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리얼인데 말이지요. 트랜스포머나 아이언맨의 변신과정을 보면 '리얼'합니다. 아이언맨의 "리얼한" 피규어를 수집하고, 마치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건담의 프라모델을 조립하며 자란 우리들이 느끼는 '리얼리티'와 B-cone의 작업이 가공하여 보여주는 죽은 생명체의 '리얼리티'는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집니다.
바림에는 거대한 건물의 중앙냉난방을 책임지던 큰 지하 파이프 보일러실이 있습니다. 여태까지 B-cone이 작업해왔던 공간이, 스튜디오적이고, 표면적인 표현을 하기에 적합했던 평평한 곳들이었다면, 이번 바림의 공간은 매우 입체적이고 군더더기가 많은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또 어떤 작업이 만들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요새 조금 바림에서 퀴퀴한 냄새를 느끼셨다면 아마도 '뼈' 와 '살' 때문일것입니다. B-cone이 뼈와 살과 씨름하고 있는 모습은 원조 할머니 뼈해장국의 풍경과 다를바 없습니다. 그래서 또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왜 어떤 예술작업들은 일상의 그것들과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금지되어야만 하는가.
일린론제
바림에서 4월, 5월 상주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는 네명의 작가분들 중 세명을 소개했고, 이제 마지막 벨기에에서 온 Elien Ronse (http://elienronse.tumblr.com/)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4월 7일에 올린 포스트에 '집에 재워달라'고 올린 적이 있는데요. 아직도 한두군데 집을 더 갈 예정이라고 하니, 하룻밤 재워주실 분은 연락주세요!
사실 이렇게 인터넷에 올리고 아는 사람을 통해 하룻밤 재워줄 사람을 찾고, 또 가서 잘 수 있다는 것은 아티스트이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혹시나 홈리스라면 그렇게 쉽게 재워주지는 않겠죠. 일린 또한 광주에는 '집이 없는' 홈리스적인 사람인데, 아티스트라는 이유로, 미술작업이라는 이유로, 신뢰를 얻고 잘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아티스트로서의 특권아닌 특권을 사용하기에, 일린은 남들이 볼 수 없는 구석구석을 관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굉장히 친한 친구가 아니면 남에 집에 자러갈 일이 없지만, 완벽한 '타인'으로서 작가는 다른사람들의 매우 사적인 공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우리 주변의 큰 사건들을 관찰하고 취재하여 그 정치, 사회적 의미를 발견해내려는 저널리스트는 아닙니다. 오히려 저널리스트와 전혀 반대적 입장을 취하는 미시사(Microhistory)학자와 같은 존재입니다. 집안에 흩어져있는 각종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관찰하고 취재하여, 그 사소함과 개인적임으로부터 사회성과 정치성을 읽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소하고 따분하고 시시한 짜친 것들을 더욱 사소하고 따분하고 시시하고 짜치게 보여주는 작가의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사회정치적인 문맥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한국은 무분별하게 공산품, 플라스틱, 캐릭터 상품같은 것을 많이 사용하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데요. 소소한 것에도 미적인 감성을 담기 보다는 빠른 경제속도로 인해 싸고 편리하고 쓰고 버리기 쉬운 것을 선호하는 성질을 볼 수 있습니다. 왜 저런 모양, 색, 소재를 띄고 있는지는 알아볼 수록 신기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나 문화권에 가서 느끼는 차이는 이불의 소재나 공산품의 미묘한 색톤이나 화장실 문틈의 크기 같은 작은 것들입니다. 그것들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외국인으로서' '작가로서' 남의 집을 방문할 수 있었다는 혜택을 통해, 이러한 일상적 사물과 미세한 관점들은 작품에서 매우 잘 드러납니다. 마이크로 역사학자가 채집, 수집한 것들은 매우 섬세하고 작고 심지어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전시에 오시면 그 작은 시선들을 모두 관찰하실 수 있습니다.
박가인
박가인 작가의 작업은 너무나도 개인적인 곳에서 출발하여, 또 너무나도 개인적인 곳에 종착합니다. 시종일관 개인적이지요. 딱 보면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너무나 타인을 개의치 않아 하기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는 심히 관객을 오그라들게 하거나, 무릎을 탁치며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아마도 생각지도 못했던 이상한 오글거림과 헐..같은 반응이 작가의 노림수다 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주제를 포장하려는 노력도, 진부한 주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는 시도도 사실상 하지않고, 주제에 1:1로 다이다이를 뜨는 것이 박가인 작가의 태도인것 같습니다.
그러한 작업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헐벗고 누워있는 아저씨의 사진입니다. 제목은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냐> ('16) 입니다. 이 누드 아저씨분은 박가인 작가의 실제 아버지입니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아버지를 배웅하던 작가에게 아버지는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냐?" 라고 물어보셨고, 작가는 아버지의 노잼 일상을 촬영하게 됩니다.
바림에서는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냐> ('16) 의 연작으로, 지난 02년 불륜이 발각되고도 현재까지 연애중인 아버지와 그에 반해 무성욕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계시는 어머니로부터 영감을 얻어 '중년의 성'을 주제로 작업합니다. '중년의 성'에 대한 리서치는 매우 섬세하고 비밀스러운 작업으로 여기서 미리 말씀드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모두 전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5월 28일 오프닝 예정)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한국에서 '중년의 성'은 '산악문화'와 떼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박가인 작가는 이미 등산화, 등산복, 등산모자, 등산가방으로 무장한채 바림에 입주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지금도 광주의 어느 산 근처를 헤메이고 있습니다. 리서치를 위하여.
하상철
하상철 작가님의 작업은 크게 사진과 소리입니다. 입주기간동안, 스마트폰의 파노라마 이미지가 가지는 물리적인 회전성과 균열/에러픽셀의 문법을 이용하여 깊이감이 없는 ‘표면’ 이미지를 창조해 내신다고 합니다. 이것을 위해 매일 4시 44분에 파노라마를 찍고 계십니다. 또한 동시에 바림이 가지는 공간에서 소리를 모두 채집하여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제작하신다고 합니다. 이것이 흥미로운 것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바림으로 볼 것이냐라는 시각에도 있어, 기대가 됩니다. http://www.hasc.kr/
참여작가: 박가인, 일린론제, 하상철, B-cone
일정: 5월 28일 7:30pm 오프닝 / 8:00pm 퍼포먼스
5월 29일,30일,31일 4:00-8:00pm
장소: 바림 이곳저곳 (동구 대의동 76-1)
기획: 바림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광주문화재단, 광주광역시
출처 - 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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