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카페갤러리
2020년 9월 1일 ~ 2021년 6월 6일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박노해 사진전 〈길〉
‘라 카페 갤러리’의 18번째 전시, 박노해 사진전 〈길〉展이 오는 9월 1일부터 개최됩니다. 인생의 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 끝없이 쫓기며 달려가야 하는 시대. 그래서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이자 영원한 인간의 화두, 저 먼 곳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길’. 지난 20여 년간 지구 시대의 유랑자로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어온 박노해 시인의 이번 〈길〉 사진전에는, 다양한 길 위의 풍경과 삶이 담긴 37점의 흑백사진과 이야기가 펼쳐지며 우리를 저마다의 ‘다른 길’로 안내합니다.
“우리 모두는 길 위의 사람들. 누구라도 이 지구별에 목숨 받고 태어난 날, 이번 생에 꼭 해야만 할 소명이 있어 자기 운명의 길 하나 품고 나오지 않았던가. 이 우주 역사에서 단 하나뿐이고 단 한 번뿐인 내 인생의 이유와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인간의 길’이 아닌가. 아,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는 길을 잃어버렸다.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지구 끝까지 길이 이어졌으나 정작 자신이 가야 할 길은 잃어버렸다. 나는 나 자신과 가장 먼 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나에게 가장 낯선 자가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길을 잃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이 길이 되고 말았다. 다들 가는 그 길을 앞서가고자 달려갈 때, 길은 나를 지나쳐 버린다. 나는 나를 지나쳐 버린다.”
“2020년 오늘, 세계가 재난 상황이라 한다. 재난disaster의 어원은 ‘떨어지다’라는 뜻의 dis와 ‘별’이라는 뜻의 astro가 합쳐진 ‘별이 떨어진 상태’를 가리킨다. 더는 나아갈 길이 없고 희망이 없는 처지가 바로 재난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역사상 처음으로 78억 지구 인간이 동시에 공포에 휩싸인 강렬한 체험. 실시간으로 목도한 세상 끝의 풍경. 사람이 사람에게 공포가 된 ‘불가촉 세계’의 날들. 세상이 일제히 멈추고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人間의 길’이 끊긴 지금, 그럼에도 우리는 길을 걸어야만 한다. 더 속 깊은 만남으로 나누고 모이고 얼굴을 마주 보며 생생히 살아야 한다.”
“자기 시대의 진실을 보기 원한다면 멀리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한다. 현재로부터의 거리가 확보될 때, 오늘의 세계가 가는 방향이 보인다. 먼 곳으로, 더 먼 곳으로, 길을 찾아 걸어온 나의 유랑길은 실상 ‘길을 잃는 일’이었다. 나는 기꺼이 길을 잃어버렸고 비틀거리며 헤맸다. 길을 잃어버리자 길이 내게로 걸어왔다. 우리가 세워야 할 것은 계획이 아니다. 내 삶의 목적지다. ‘나 어떻게 살아서는 안 되는가’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다. 그 첫마음의 불빛은 생의 최종 목적지에 놓여 나를 비추고 있고, 내가 가야만 할 길을 가리키고 있다. 나머지는 다 ‘여정의 놀라움’과 ‘인연의 신비’에 맡겨두기로 하자. ‘계획의 틈새’와 ‘비움의 여백’ 사이로 걸어올 나만의 다른 길을 위해.”
“무엇이 이토록 지친 나를 걷게 하는가. 사랑만이 나를 다시 걷게 한다. 나는 사랑 안에서 나를 잃어버린다.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그러면 사랑이 어디론가 나를 데려다주리라. 나를 향해 마주 걸어오고 있는 너에게로, 아직 내가 모르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로. 나만의 빛나는 길은 잘못 내디딘 발자국들로 인하여 비로소 찾아지고 길이 되는 것이니.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 박노해 사진에세이 03 『길』 서문 중에서 (2020.9.01 출간예정)
저 높은 안데스 고원길과 인류 최초의 문명길인 차마고도, 눈 덮인 만년설산과 끝없는 사막길, 정겨운 골목길과 아름드리 나무숲길, 노동자들의 설레는 귀향길과 할머니의 마지막 순례길,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이 먼 길을 걸어 모여든 ‘길 위의 학교’, 길마저 끊긴 분쟁의 땅과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까지. 박노해 시인의 흑백사진 속 ‘세계의 길’을 함께 거닐며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가 소개
박노해
1957 전라남도 함평 출생. 1984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했다. 군사독재의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라는 필명은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으로,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금서 조치에도 불구하고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된 『노동의 새벽』은 잊혀진 계급이던 천만 노동자의 목소리가 되었고, 대학생들을 노동현장으로 뛰어들게 하면서 한국사회와 문단을 충격으로 뒤흔들었다. 1989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 7년여의 수배생활 끝에 1991 체포,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1993 옥중 시집 『참된 시작』, 1997 옥중 에세이집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출간했다. 1998 7년 6개월의 수감 끝에 석방되었다.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2000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의 길을 뒤로하고 생명 평화 나눔을 위한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www.nanum.com)를 설립했다. 2003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왔다. 2010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을 모아 첫 사진전 〈라 광야〉展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세종문화회관)을 열었다. 304편의 시를 엮어 12년 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출간했다. 2012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좋은 삶의 문화 공간 ‘라 카페 갤러리’에서 글로벌 평화나눔 사진전을 상설 개최하고 있다. 2014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展(세종문화회관) 개최와 사진집 『다른 길』을 출간했다. 2019 〈박노해 사진에세이〉 시리즈의 첫 권인 『하루』를, 2020 〈박노해 사진에세이〉 02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03 『길』을 펴냈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자급자립하는 삶의 공동체인 ‘나눔농부마을’을 세우며 새로운 사상과 혁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출처: 라카페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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