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라운지
2020년 1월 4일 ~ 2020년 1월 17일
작가노트
나는 도시의 산책자가 되어 주변을 산책하며, 그 이면에 숨겨진 검은 그림자들을 들추어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타인들 과 다른 목적의 산책(‘빈둥거린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작은 틈새의 변화를 감지하고 조사한 다. 이러한 태도는 범죄 현장에서 수사요원들이 단서를 수집하는 것과 흡사하다. 주로 검은색의 재료를 사용해 평면이나 드로 잉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하는데 겹겹이 쌓인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파헤친다. 검은색 풍경은 빈 공간이 기도 하지만 반대로 많은 의미와 이야기들이 꽉 채워진 공간을 상징한다. 따라서 색을 뺀다는 것은 비워 놓는 것임과 동시에 공간을 채우는 것이기도 하다. 확고한 극단을 내포하고 있는 검은색으로 일상의 이면에 숨겨진 틈을 그려내고 채워나가며 도 시의 산책자가 된다.
도시의 이면을 찾아다니던 나는, 어느 날 사람들의 이해가 얽히고설킨 흥미로운 공간 ‘싱크홀’에 관심을 갖는다. 도시에서 벌어지는 지반 침식 현상 ‘싱크홀’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래빗홀(토끼굴)을 연결해 가상의 이야기를 만든다. 다 수의 이해가 얽힌 욕망의 무게로 내려앉은 구멍, 미지의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로서의 구멍, 욕망의 대상들이 모여 사건을 만 들어내는 장소로서의 구멍을 상징하는 래빗홀을 통해 동시대에 첨예하게 갈등 중인 재난과 불안을 말한다.
이번 전시 ‘검은 산책’은 도시를 산책하던 중 발견하게 된 구멍이 가진 다양한 의미들, 예를 들어 상실감, 욕망, 슬픔, 공포, 의 구심, 우울, 관음 등의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 그린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들을 구멍이라는 상징과 은유로 표현한다. 각각의 이미지들은 느슨하지만 연결된 서사를 가진다. 피부와 표면을, 감정을 느끼는 감각의 촉수로 인지하고 도시의 풍경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개인의 소외된 감정에 주목한다. 사회 안에서 정해진 역할 들과 관계 속에서 노출되는 ‘취약성’과 예민함에 조금 더 집중해 작업을 이어 나간다. 또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진행 중인 물질적 표면 제작과 함께 취약성으로 상징되는 표면에 대한 이야기를 잇대어 작업한다. -박미라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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