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나인
2016년 11월 4일 ~ 2016년 11월 10일
박선희 개인전 : 붉은 숲

‘여성혐오의 시작은 열녀의 탄생이다...’
붉은 숲은 홍살의 붉음이 숲을 이룬 것을 말한다. 홍살은 조선시대 충신과 효자, 열부를 표창하기 위해 내려졌던 정려에 쓰인 붉은 살로, 여기에서는 조선사회를 지탱했던 가정 내 가부장이데올로기와 열녀이데올로기를 상징한다.
전시는 조선왕조실록과 소학 등 과거의 자료들과 현재 향토문화재로 남아있는 조선시대 열녀문을 통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살펴봄으로써 당시 사회상을 가늠해본다. 자식을 볼모로 정절을 감시하는 사회, 성 종속과 복종을 통하여 일부종사를 강요하는 사회, 집단의 욕망을 개인의 욕망으로 투사하여 그것을 개인(여성)의 윤리적 실천으로 세뇌시키는 사회, 그로 인해 개인은 타인을 향해 그것을(윤리적 실천:열행) 입증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죽음을 선택하고, 사회는 그것을 열렬히 찬양한다. 조선시대 내내 발굴한 열녀가 1천여 명이 넘으며 후기로 갈수록 극한의 서사가 양산된다. 이것을 두고 조선판 홀로코스트라 감히 명명하며, 열녀문은 국가가 나서서 진행한 대국민적 학살의 잔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남편의 상을 마친 날 끓는 물을 뒤집어 쓰고 따라 죽어 정려...’
‘...수절하던 중 강간을 피하려다 창자가 튀어 나오도록 난자되어 죽음으로 정절을 지켰기에 정려...’
‘...적병을 만나자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땅에 엎드리고, 적이 핍박하여 일으키니 나무 뿌리를 잡고 저항. 적이 손가락과 귀를 잘라도 일어나지 않으니 등을 찌르고 돌아감. 정려’
‘,,,배에 오르려 할 때 어떤 사람이 손을 잡아당기려 하자 “내손이 너에게 잡힌다면 피난할 필요가 없다”면서 물에 빠져 자살. 정문’
‘,,,쑥을 캐다 강간당할 위기에서 극도의 저항으로 겨우 모면. 돌아와 손도끼로 자신의 오른쪽 팔을 자른 뒤 목을 베려하다 사람들의 만류로 살아남. 정려’
...이런 류의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최근 6년간 데이트폭력 사망사건이 3일간 한 명꼴로 발생했다. 피해자의 98.9%가 여성이었다 (‘한국 여성의 전화’ 조사 발표). 끊임없이 벌어지는 이별폭력과 각종 성폭력 살인사건, 위안부문제(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중 발생한 한국군 내 위안부)... 대부분의 범죄들이 여성의 성을 종속과 복종의 개념으로 인식한 데서 비롯된다. 오늘 우리의 성에 대한 인식이 과거 조선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지점이다. 과거 국가권력/집단권력이 여성 통제를 위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가 현재 우리 사회에 병든 그림자로 남아 여성의 성을, 아니 개인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여성혐오에 대한 논란이 우리사회에 이슈화되었는데 그러한 행위는 어찌 보면 과거 조선에서 이미 자행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전시 <붉은 숲>은, 국가권력/집단권력이 자신의 모순과 무능을 은폐하기 위해 여성을 희생시키고, 그러한 희생을 신화화함으로써 그들 사회의 통합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내용을 담은 동화와 붉은 숲의 잔상을 담은 설치, 그 속에 갇혀 현재를 살아가는 개인(여성)의 몸부림을 다룬 퍼포먼스, 그리고 서울·경기 권에 현존하는 열녀문을 현지 답사하여 그것의 실체를 확인하고 열녀비화를 채록하여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은 답사기록으로 구성된다. 작업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과거 우리사회에 불편한 진실과 대면하고 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한계로 작동하는 뿌리 깊은 인식의 근원을 열녀문을 통해 재조명 하고자 한다. 장소는 영등포구 문래동 사거리에 있는 미술갤러리 <스페이스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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